부산에 찾아온 21세기 첫 우승···‘부산의 캐벌리어스’가 된 KCC
부산은 한국 스포츠역사에서 ‘우승’의 간절함이 그 어느 곳보다 큰 도시다.
2023년 6월까지, 부산을 연고로 하는 프로스포츠팀은 3팀이었다. 우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가장 대표적이며, 부산 대우 로얄즈 시절부터 이어져 온 프로축구팀 부산 아이파크가 있고 여기에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 썸이 2019~2020시즌부터 부산을 연고로 하고 있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팀의 우승은, 적어도 21세기에는 없었다. 롯데는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끝으로 30년 넘게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는 전신인 대우 로얄즈가 1997년 우승한 것이 마지막이며, BNK는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아산 우리은행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한 것이 최고 성적이다.
부산 KCC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연고지를 이전한 것은 어찌보면 운명과도 같았다.
KCC는 지난해 8월 전주를 떠나 부산에 새 둥지를 틀었다. 신구장 건축을 둘러싸고 전주시의 홀대가 계속 이어지자 결국 22년간 터를 잡았던 전주를 떠나는 결단을 내렸다.
KCC가 오기 전까지 부산에는 프로농구팀이 없었다. 정확하게는 있었는데 사라진 것이었다.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가 프로농구 원년인 1997년부터 자리를 잡았으나 2001년 모기업이 현대모비스로 바뀌면서 연고지도 울산으로 옮겼다. 이후 2003년부터 KT가 자리를 잡으며 10년 넘게 활동을 해왔으나, 2021~2022시즌을 앞두고 수원으로 연고지를 이전했다.
부산을 연고로 했던 농구팀이 우승한 것도 1997년 기아가 마지막이었다. 시즌을 앞두고 최준용을 영입, 허웅-최준용-라건아-송교창-이승현으로 이어지는 ‘슈퍼팀’을 구축한 KCC에게 부산 시민들이 거는 기대가 큰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30승24패. 5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하지만 시즌 전 ‘압도적인’ 1위를 기대했던 것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국가대표 차출에 부상자들도 나와 모두가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현저하게 부족했다.
시즌 막판 부상자들이 모두 돌아오면서 KCC도 마침내 ‘완전체’가 됐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개막과 함께 폭주했다. 6강에서 4위 서울 SK를 3경기 만에 일축하더니, 4강에서는 정규리그 우승팀 원주 DB를 3승1패로 제압하고 5위팀 최초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완성했다.
KCC의 질주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3위 수원 KT를 만난 챔피언결정전에서, KCC는 시종일관 압도적인 전력으로 KT를 몰아붙였다. ‘에픽 퍼포먼스’를 펼친 허훈의 기세에 놀라기도 했지만, 허훈 혼자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을 정도로 KCC는 막강했다. 결국 1승1패에서 내리 3경기를 따내며 5경기 만에 챔피언결정전을 마무리하고 5위팀 최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역사를 썼다.
미국에서 부산처럼 스포츠와 관련해 지독히도 우승의 연이 없었던 곳을 꼽으라면 클리블랜드가 첫 손에 꼽힌다. 클리블랜드는 한 술 더 떠 ‘저주’라는 표현을 들었을 정도였다. 메이저리그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미국프로농구(NBA)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미국프로풋볼(NFL)의 클리블랜드 브라운스 3팀이 클리블랜드를 연고로 하는데, 이들 중 NFL 브라운스 같은 경우는 팀 자체가 아무도 모르게 볼티모어로 도주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클리블랜드의 저주는 2016년에 깨졌다. 공교롭게도 부산처럼 농구팀 캐벌리어스에 의해서였다. 당시 르브론 제임스, 카이리 어빙, 케빈 러브의 ‘빅3’를 앞세운 캐벌리어스는 정규시즌 73승(9패)로 역대 최고기록을 세운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4승3패로 꺾고 클리블랜드에 감격의 우승을 안겼다. 1964년 브라운스의 슈퍼볼 우승 이후 52년 만에 클리블랜드 연고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KCC는 챔피언결정전 3~4차전에서 2경기 연속 1만 관중을 동원하며 그동안 바닥까지 떨어졌던 농구 인기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처한 상황, 그리고 겪은 과정은 다르지만, 어쨌든 2023~2024시즌 KCC는 ‘부산의 캐벌리어스’가 됐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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