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에 난 상처에 약초 씹어 발라"…스스로 치료하는 오랑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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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용 식물을 이용해 스스로 상처를 치료하는 동물이 있다.
카롤린 슈플리 독일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학 연구소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수마트라 오랑우탄(학명 Pongo abelii)이 약용 식물 아카르 쿠닝(학명 Fibraurea tinctoria)을 이용해 스스로 상처를 치료했다는 관찰 결과를 2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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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용 식물을 이용해 스스로 상처를 치료하는 동물이 있다. 오랑우탄이다. 오랑우탄은 뺨에 난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일종의 '찜질팩'을 만들었고, 그 결과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다.
카롤린 슈플리 독일 막스 플랑크 동물행동학 연구소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수마트라 오랑우탄(학명 Pongo abelii)이 약용 식물 아카르 쿠닝(학명 Fibraurea tinctoria)을 이용해 스스로 상처를 치료했다는 관찰 결과를 2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22년 6월 인도네시아 남부에 위치한 구눙 르우제르 국립공원에서 수마트라 오랑우탄을 관찰하던 중 수컷 오랑우탄 '라쿠스(Rakus)'의 뺨에 상처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상처는 라쿠스가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다른 수컷 오랑우탄과 다투는 과정에서 송곳니에 물려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며칠 뒤, 연구팀은 라쿠스가 약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식물 아카르 쿠닝의 줄기와 잎을 먹는 장면을 목격했다. 아카르 쿠닝은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당뇨병, 이질, 말라리아 등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약용 식물로, 오랑우탄이 평소 섭취하는 식물이 아니다.
라쿠스는 잎을 직접 먹는 것 외에도, 잎을 잘근잘근 씹어 즙을 만들었다. 그렇게 낸 아카르 쿠닝의 즙을 손가락에 묻혀 얼굴에 난 상처에 7분 가량 문질렀다. 다음날 라쿠스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아카르 쿠닝의 줄기와 잎을 섭취했다. 8일 후 연구팀은 라쿠스 뺨에 난 상처가 완전히 아문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수마트라 오랑우탄을 21년에 걸쳐 관찰했지만, 약용 식물을 활용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경우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오랑우탄은 다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관찰 사례가 드물 것"이라면서도 "라쿠스가 국립공원으로 서식지를 옮기기 전 습득한 행동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관찰에 참여한 미카엘 후프만 일본 나가사키대 열대의학연구소 박사는 "이번 사례는 동물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식물을 긴 시간에 걸쳐 꾸준히 활용한다는 최초의 과학적 증거"라며 "우리 조상들은 동물이 약용 식물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며 천연 약재에 대해 배웠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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