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장마철도 아닌데…" 때아닌 폭우 피해에 농민들 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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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죠. 장마철도 아니고 5월에 내린 비바람에 이런 피해가."
6일 낮 전남 강진군 도암면 한 귀리밭에서 만난 농부 위모(80) 씨는 전날 내린 빗물을 잔뜩 머금어 고꾸라진 귀리를 바라보고선 먹먹함을 토해냈다.
임씨는 "모든 귀리밭에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가림막을 설치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인 만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등의 농민 지원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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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죠. 장마철도 아니고 5월에 내린 비바람에 이런 피해가…."
6일 낮 전남 강진군 도암면 한 귀리밭에서 만난 농부 위모(80) 씨는 전날 내린 빗물을 잔뜩 머금어 고꾸라진 귀리를 바라보고선 먹먹함을 토해냈다.
40여년 간 인근 마을에 살며 귀리밭을 경작해 온 베테랑 농부지만, 하루 새 내린 129.2㎜의 비로 도복(쓰러짐) 피해를 본 것은 난생처음이라고 했다.
평균 1m 40㎝가량 자라는 귀리 특성상 한번 쓰러지면 바로 세우는 복구 작업도 불가능해 "올해 농사는 물 건너갔다"고 위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밭 인근 농로에 힘겹게 기댄 채 쓰러지기 직전인 귀리라도 살려보려 한다는 그는 "아무리 예방한다 한들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는 어쩔 수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특히 가축용 사료가 아니라 식용으로 판매하기 위해 애지중지 키운 탓에 허탈함은 크게 다가온다고 했다.
위씨는 "햇볕을 쬔 귀리가 누르스름한 빛으로 변하는 다음 달 초면 본격적인 수확을 시작한다"며 "수확을 코 앞에 두고 이런 피해를 보게 돼 마음이 더 쓰라리다"고 했다.
강진만 간척지 인근에 있어 1천500㏊가량의 대규모 귀리밭을 경작하는 강진읍 초동마을 주민들도 애가 타는 것은 마찬가지.
맥없이 쓰러진 것도 모자라 빗물이 스며들어 잎사귀에 초록빛을 띤 귀리를 바라보던 임동추(63) 강진군쌀귀리연구회 회장은 "손쓸 방법이 없어 자포자기했다"고 토로했다.
빗물이라도 빼내면 살릴 수 있을까 싶어 이른 오전 귀리밭에 들어갔다 왔다는 그의 고무 장화·바지 밑단에는 질펀한 진흙이 묻어있었다.
그는 "귀리밭을 쳐다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하고선 힘없는 발걸음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농민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도복 피해가 발생했는데, 사전 예방이 힘든 만큼 행정 당국의 사후 지원을 요구했다.
임씨는 "모든 귀리밭에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가림막을 설치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인 만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등의 농민 지원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전남 지역에서는 전날부터 이틀 동안 평균 100.7㎜의 비가 내려 도내 농경지 165㏊에서 1억2천2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고흥군에서는 조생 벼 80㏊(5천900만원)가 빗물에 잠겼고, 강진군 도암면 50㏊(3천700만원), 해남군 황산·문내·산이면 35㏊(2천600만원) 등 수확기를 앞둔 보리류가 비바람에 쓰러졌다.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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