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도 예외일 수 없는 돌연사…갑자기 호흡 가빠진다면 ‘이것’ 의심 [생활 속 건강 Talk]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5. 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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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 두꺼워지면 유연성 떨어져
호흡곤란에 부정맥, 돌연사 유발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 느는추세
유전적 요인 크지만 불치병 아냐
근육 잘라내고 적당한 운동 병행

매사에 열정적이었던 30대 직장인 A씨는 그날도 추가 업무를 위해 야근하기로 마음먹었다. 밥먹을 시간조차 아까웠던 그는 편의점에서 요깃거리를 사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호흡이 갑자기 가빠지면서 정신을 잃은 A씨는 며칠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뒤에야 회복할 수 있었다. A씨의 병명은 ‘비후성 심근병증’. 심장 근처에 제세동기를 박은 A씨는 회사 일보다는 자신의 건강을 챙기며 한템포 느린 삶을 살고 있다. A씨는 “조금만 무리해도 숨이 가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젊다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며 “이젠 인스턴트 음식보단 각종 채소 중심의 식단이, 야근보단 규칙적인 산책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출처=픽사베이
비후성 심근병증이란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질환으로, 젊은 나이대 급성 심장사를 일으키는 흔한 원인 중 하나다. 심실중격이 두꺼워지면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혈액을 보내는 ‘좌심실 유출로’에 협착이 발생해 실신, 흉통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유연성이 떨어지면 움직일 때마다 숨이 차는 호흡곤란이 발생하거나 부정맥이 빈발할 수 있다. 고혈압 등 심실에 부하를 일으킬만한 조건 없이도 나타난다는 점이 비후성 심근병증의 특징이다. 문인기 순천향대부천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비후성 심근병증은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급성 심장사를 일으키거나 심부전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비후성 심근병증 유병률은 2010년 0.016%에서 2016년 0.03%로 상승했다. 문 교수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환자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절한 관리를 위해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비후성 심근병증 환자의 40~60%는 심장횡문근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관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신경근 질환, 염색체 이상 등이 거론된다. 문 교수는 “유전적 원인이 가장 흔하지만 동양권에서 많이 발견되는 ‘심첨부 비후성 심근병증’은 유전적 이상과 무관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장 초음파검사를 통해 비후된 심근이 확인되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초음파 외에 심전도와 심장 MRI(자기공명영상), CT(컴퓨터단층촬영) 등이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비후성 심근병증 치료법은 심근병증 형태에 따라 다르다. 좌심실 유출로 협착이 있는 경우 두꺼워진 부위 심근을 괴사시키거나 절제하는 시술을 시행할 수 있다. 홍준화 중앙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조금만 심하게 움직이면 숨이 차던 40대 남성이 최근 수술을 받았다”며 “좌심실 내의 중요한 조직과 관상동맥을 피해 두꺼워진 심근을 잘라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교한 수술을 위해서는 의료진의 많은 경험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만약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부정맥이나 심부전이 발생했다면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치료를 실시하거나 급성 심장사를 예방하기 위한 삽입형 제세동기 시술을 할 수 있다. 문 교수는 “최근에는 수술이나 시술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심근 세포 수축력을 감소시키는 약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일부 환자들에겐 해당 약제가 증상을 완화시키지만 또 다른 환자들에겐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심초음파를 통해 대상자를 면밀하게 추려 적합한 환자들에게만 약물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후성 심근병증을 예방하려면 건강한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만 좌심실 유출로 폐색이 있는 환자는 운동을 자제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심부전과 부정맥은 흔히 동반되기 때문에 음식을 되도록 짜게 먹지 않고 금연, 금주를 하는 것이 좋다.

문 교수는 “유전성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두려움을 갖기 쉽지만 진단됐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유전되는 것은 아니다”며 “유전적으로 이상이 있더라도 심근 비후가 발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비후성 심근병증이 없는 일반인과 유사한 생존율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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