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에 부실 PF 넘기면 우선매수권 준다

김남석 2024. 5. 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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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공.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 정부의 독려에도 매각·매수자 간 눈높이 차이로 반값에도 팔리지 않던 PF 사업장에 대해 캠코에 사업장을 넘길 경우 향후 되살 수 있는 '우선 매수권'을 부여 한다는 방침이다.

캠코가 지난해부터 1조원 규모의 PF 정상화 펀드를 조성하고 부실 사업장 매입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성사된 거래는 2건에 불과하다. 캠코는 새마을금고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금융안정지원펀드도 운영하고 있지만, 금고의 최저매각의향가격(MRP)과 양수업체 평가율이 30%포인트(p) 이상 차이나는 등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다음 주 초 발표하는 'PF 정상화 방안'에 이러한 내용의 캠코 펀드 활성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펀드 운용사와 매각 측의 가치 평가 차이로 집행 실적이 2건에 불과한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캠코에 매각한 경우 다시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매각 유인을 높인다는 것이다.

지난해 캠코는 1조1000억원 규모의 PF 정상화 펀드를 조성하고 신한자산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 코람코자산신탁, 캡스톤자산운용, KB자산운용에 운용을 맡겼다. 각 운용사가 2000억~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사업장 매입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성사된 거래는 지난해 신한자산운용이 매입한 삼부빌딩과 최근 이지스운용이 인수한 성동구 오피스 사업장이 전부다. 삼부빌딩은 해당 펀드가 조성되기 전부터 신한자산운용이 매입을 검토하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사실상 실적은 한 건에 불과하다.

실적이 부진한 원인으로는 매각 측이 원하는 가격과 캠코의 사업장 가격 평가 사이의 괴리가 꼽힌다. 캠코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한 운용사 관계자는 "현 상황을 고려해 적정 매입 가격을 제시해도 사업장을 보유한 시행사 등은 막연한 낙관론을 펼치며 매각가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재 캠코에 부실채권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새마을금고가 내부 평가를 실시한 결과, PF관련 부실채권을 보유한 단위 금고의 MRP와 양수업체 평가율 차이가 최대 40%p 이상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도 상가 사업장의 경우 30%p 차이났고, 지방 상가의 경우 약 42%p 차이를 보였다. 금융당국은 대주단이 캠코 펀드에 사업장을 매각한 뒤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을 부여할 경우 대주단들이 가격 협상에서 갖는 부담이 다소 덜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경우 1조원대의 캠코 펀드는 은행·보험권이 공동으로 조성하는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과 함께 PF 사업장을 재구조화하는 '실탄'으로 쓰일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여유자금이 있는 은행과 보험사가 PF 사업장 재구조화를 위해 공동대출 및 펀드 조성에 나설 경우 건전성 분류를 상향해주거나 면책 범위를 확대해주는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다.

PF 시장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경·공매 압력이 확대되더라도 민간이나 캠코 등이 충분히 물량을 받아줄 수 있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주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PF 정상화 방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사업장 정리에는 속도가 붙을 수 있지만, PF발 위기설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내놓고 있다.

그간 만기 연장으로 연명하던 '좀비 사업장'들에 대한 경·공매 압박이 상당히 강해질 전망이다. 앞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은 표준규정 개정 등으로 6개월 이상 PF 연체채권이 발생할 경우 경·공매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3차례 이상 만기를 연장할 경우 사업장(토지) 담보물 가치를 '감정가'가 아닌 '공시지가'를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회수예상가액 산정 시 통상 감정가보다 낮은 공시지가를 쓸 경우 종전보다 충당금 적립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연체 채권을 경·공매에 부치지 않고 계속 보유하려던 관행에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PF 사업장이 일시에 정리되면서 전국 3000여개 PF 사업장이 경·공매로 쏟아지고, 이에 따라 금융권의 부실위험 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PF 사업장을 경·공매에서도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 남은 것은 수의계약과 NPL 뿐"이라며 "NPL, 수의계약 모두 실제 대출금액의 10%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결국 금융권의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선매수권 등을 통해 우선 사업장을 재구조·정상화 하고 향후 사업 진행과 경기 여건에 따라 재매입할 수 있게 하면서 매각 측의 부담이 주는 만큼 사업장 정리에는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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