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설 수 있어요”…인천 장애인의 ‘보통의 삶’ 실현 지원 [핫이슈]

박귀빈 기자 2024. 5. 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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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인천본부·인천도시공사 매입임대 주택 중
20가구 장애인지원주택 공급 ‘보통의 삶’ 돕기
4가구 당 사회복지사 1명 배치 지역사회 가교
홀로서기 준비 단기자립생활주택 7가구 운영
자립 장애인 발굴·금전 관리·스마트기기 교육

누구나 꿈이 있다. 장애가 있을 뿐 스스로 원하는 인생을 설계한다. 주거 공간은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은 인천시, 인천도시공사(iH),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지역본부와 손잡고 꿈을 실현할 공간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장애인지원주택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는 최다빈씨(27)가 입주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인천사서원 제공

■ “버스 운전기사가 꿈이에요.”

최다빈씨(27)는 전략가다. 자립은 오랜 꿈이다. 어린 시절에는 인천의 장애인 생활시설인 예림원에서 보냈다. 20살 이후엔 예림원이 운영하는 자립체험홈, 단기자립주택에서 지내며 차근차근 혼자 설 준비를 해왔다. 웬만한 요리를 유튜브 보면서 따라 하는 것쯤은 문제없다.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포털 사이트로 길을 찾아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돈을 셈하는 일도 자신 있다.

다만 그에겐 집을 구할만한 돈이 없었다. 최씨는 “조용히 혼자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자립체험홈은 한 집에 4명이 함께 지내다보니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꼭 혼자 살아보고 싶었기에 꾸준히 일해 조금씩 재산을 늘렸다. 그리고 드디어 장애인지원주택으로 이사한다. 지원주택은 인천사서원 장애인주거전환지원센터, 보건복지부, 인천시, LH 인천본부, iH 등이 자립 희망 장애인에게 살 곳을 지원한다.

최씨는 이제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 마음도 설레고, 하고 싶은 일이 매일 늘어난다. 독립하면 버스 운전기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1종 대형 운전면허 취득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좋은 컴퓨터를 장만해 음악 작업도 해보고 영상 편집도 할 생각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생각한 자립이 이뤄져 앞으로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적성을 찾아서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 심곡동 지원주택 1호 주인 이자순씨(오른쪽)가 인천도시공사(iH)의 희망지역 장애인지원주택 입주를 앞두고 소감을 전하고 있다. 인천사서원 제공

■ 장애인 자립 지원, 3년이 흐르다

주거전환센터는 인천 장애인의 ‘보통의 삶’을 실현한다. 복지부 지원을 받아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운영한 지 올해로 3년째다.

이 사업의 핵심인 장애인지원주택은 LH 인천본부, iH가 매입임대주택 중 일부를 공급한다. 복지부와 인천시가 행‧재정적 지원을 한다. 현재 미추홀구 용현동 8가구, 중구 신흥동 20가구가 생활하고 있다. 올해 남동구 간석동에 8가구를 추가로 마련한다.

주거전환센터는 지원주택 4가구 당 사회복지사 1명을 배치한다. 사회복지사는 지원주택 입주민과 지역사회을 잇는 존재다. 말 그대로 독립하도록 돕는다. 매주 2~3차례 방문해 일상에 필요한 복지서비스 등을 연계한다.

특히 3년이라는 시간과 함께 자립 지원 정책도 진화했다. 올해 iH와 손잡고 희망 지역 장애인지원주택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장애인도 익숙한 지역에서 살고 싶다는 당연한 생각이 정책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달 중 서구 심곡동에 2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iH가 인천 전역에 보유하고 있는 매입임대주택을 활용한다. 주거전환센터가 자립희망자를 발굴하면 시가 iH에 주택 정보를 요청한다. iH는 공급 가능한 주택을 제공한다.

서구 심곡동 지원주택 1호 주인은 이자순씨(59)다. 지금 자립체험홈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원주택은 이씨가 지금 살고 있는 자립체험홈과 같은 지역이다. 때마다 펌과 염색해주는 미용실 사장님, 심심할 때 들르는 동네 카페, 어깨가 아플 때마다 찾아가는 물리치료실, 주말이면 가는 교회가 있는 그 동네는 이씨에게 삶의 일부다. 그는 “미용실도 가고 슈퍼도 가고 걸어 다녀. 이 동네는 내가 잘 알지”라며 “이사 가는 집도 내가 살고 싶어서 맨날 쳐다보던 곳이라 너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인천 미추홀장애인종합복지관의 ‘바깥서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장애인이 자산관리 노트에 글씨를 쓰고 있다. 인천사서원 제공

■ 자립 준비에서 독립으로

단기자립생활주택은 본격적으로 자립하기 전 준비하는 장소다. 자립하고 싶으나 경험이 부족한 장애인, 오랜 시간 시설에 거주했거나 장애 특성 등을 이유로 환경변화에 두려움이 있는 이들이라면 도전할만 하다.

이 역시 인천시, iH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2019년 iH가 민간 사회복지법인와 계약하고 단기생활주택으로 운영하던 시설을 이번에 주거전환센터가 인계받아 새롭게 시작한다. 연수구 선학동 6가구, 동구 송림동 1가구 등 모두 7가구다. 주거전환센터는 최근 단기 시설 운영을 담당할 팀장과 사회복지사 6명을 채용했다.

거주 방식은 단독세대를 기본으로 한다. 송림동은 공동거주 희망자를 별도로 모집해 2명이 생활하는 것도 가능하다. 체험 기간은 1~3개월이다. 연장은 1차례 가능하다. 지원주택처럼 온전히 자립해서 생활한다. 전담 사회복지사와 개인 역량에 맞는 자립 체험 계획을 세운다. 일상생활, 주거 관리, 금전 관리 등 자립을 준비한다.

무엇보다 단기 체험에 그치지 않는다. 장애인 지원주택 입주 연계가 ‘기본 옵션’이다. 바로 자립할 수 있도록 실전을 준비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인천 미추홀장애인종합복지관의 ‘바깥서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장애인이 자산관리 노트에 글씨를 쓰고 있다. 인천사서원 제공

■ 자립하고 싶다면 이런 교육은?

주거전환센터는 자립 장애인 발굴과 교육 등도 맡는다.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장애인 370여명을 조사해 이 중 20명이 지원주택으로 입주했다. 올해도 17명을 추가 발굴할 계획이다.

올해는 장애인 거주 시설 예림원과 함께 금전 관리 교육을 시작했다. 자립 준비 장애인 12명이 참여한다. 11차례에 걸쳐 화폐 단위와 투자·투기, 인터넷 뱅킹, 온라인 거래 등 일상 속 금전 관리법을 배운다. 교육 마지막은 금전운영계획 수립이다. 개인별 수입과 지출을 살펴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계획을 세워본다.

또 미추홀장애인종합복지관 ‘바깥서기’와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금전관리 교육’도 운영 중이다. 이미 자립한 장애인과 자립 준비 장애인 6명이 참여한다. 교육 기간은 3~10월이다. 대면, 비대면으로 각각 월 2차례씩 총 28차례 열린다. 대면 교육에는 3곳의 기관 담당자와 사회복지사 등이 1대1로 세밀하게 지원한다. 내용은 경제교육, 자립생활 체험, 지역사회탐방, 스마트 기기 활용, 여가생활 등이다. 자립 후 ‘보통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참가자가 자신을 인지하도록 안내하는 역할도 한다. 짬뽕, 라면, 치킨, 맥주 등 저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고 백화점, 마트, 놀이공원처럼 친구와 가고 싶은 장소가 있다. 라디오 듣기, 음악 등 취미도 각기 다르다.

주거전환센터는 교육에 참여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자립 욕구를 조사 중이다. 자립에 가장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가 무엇인지 찾아 현장에서 활용하려고 한다.

황흥구 인천사서원장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같이 보통의 삶을 꿈꾼다”며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안착하도록 장애인들이 원하는 자립 지원 정책을 촘촘히 만들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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