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길 열리는 '신비의 섬' 울릉도···달아오르는 소형 항공기 각축전 [biz-플러스]
7시간 거리 1시간으로 단축
연간 관광객 100만명 예상
공항 활주로 1.2km에 불과
80여명 소형항공기만 취항
엠브레어·ATR 등 취항 군침
지난 1일 오후 4시 40분. 승객 80여명을 태운 KLM 네덜란드 항공의 ‘E190' 여객기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브라질의 삼성’으로 불리는 세계 3위 항공기 제작사인 엠브레어가 만든 이 항공기는 미국의 보잉, 유럽의 에어버스 여객기보단 작지만 80여명의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어 비행 거리가 짧은 유럽 권역 내 노선에 많이 투입된다.
프랑스 몽펠리에 메디테라네 공항을 이륙해 스키폴 공항에 도착까지 2시간 가까운 비행을 직접 체험해보니 왜 유럽 항공사들이 엠브레어의 항공기를 선호하는지 알 수 있었다. E190은 작은 기체에도 불구하고 비행 내내 기체의 흔들림이 거의 없었다. 착륙할 때는 일반 대형 여객기가 공항에 착륙할 때만큼 부드럽지는 않았지만 큰 충격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엠브레어의 주력 항공기인 E190의 최신 기종인 E2 시리즈는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한창 건설 중인 울릉공항에 취항할 가능성이 높은 항공기로 꼽힌다. 울릉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국내 일반 공항의 절반도 되지 않는 1.2km에 불과해 E2시리즈와 같은 소형 항공기만 운행이 가능하다. 울릉공항이 완공되면 서울에서 비행기를 탈 경우 현재 배편에만 의존하는 울릉도까지 소요시간이 7시간에서 1시간 이내로 줄어들어 여행객들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엠브레어를 비롯한 중소형 항공기 제작 업체들이 울릉 공항의 개장 시기에 맞춰 각 지방자치단체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를 상대로 적극적인 세일즈에 나서는 이유다.
울릉공항은 2020년 11월 착공됐다. 울릉도는 대륙과 연결하는 교통 수단이 선박 밖에 없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최근 5년 평균 울릉도행 선박 결항률이 22.1%에 이를 정도로 접근성이 열악하다. 한때 기상 문제로 1년 중 120일 이상 뱃길이 끊기는 적도 있다.
이에 정부는 도서지역의 접근성을 개선할 목적으로 공항 건설을 시작했다. 울릉근 사동리 사동항에 총 사업비 7508억원을 투입해 폭 40m, 1.2km의 활주로와 여객 터미널 등이 2025년 12월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울릉공항이 완공되면 울릉도 주민은 물론 방문객들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전국 대부분의 공항에서 1시간 이내에 울릉도에 도착할 수 있다. 현재는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가려면 7시간이 걸린다. 국토부는 현재 청주공항과 김해공항, 포항공항, 김포공항에서 울릉공항으로 연결되는 노선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울릉공항이 완공되면 22.1%였던 선박 결항률이 해상 기상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8.7%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릉도를 찾는 연간 관광객도 40만여명에서 100만명대로 증가하고 공항 건설로 약 1조원에 가까운 생산유발 효과, 36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6900명의 취업 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울릉공항의 개장을 앞두고 글로벌 중소형 항공기 생산업체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울릉공항은 활주로가 1.2km 밖에 되질 않아 보잉과 에어버스 같은 기존 대형 항공사들의 여객기의 취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울릉공항의 활주로는 김포공항(3.2~3.6km)의 3분의 1수준이고, 양양공항(2.5km)의 절반도 안된다. 현재 울릉공항은 최대 80인 정도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여객기가 이착륙 가능한 구조로 건설 중이어서 중소형 항공기 생산업체에겐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최근 울릉공항 취항에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곳은 브라질의 엠브레어다. 엠브레어의 E190-E2는 지난해 5월 서울 김포공항을 출발해 동해안을 도는 ‘데모 플라이트(시범 비행)’를 실시했다. 경북 포항경주공항을 이륙해 울릉도 상공을 도는 시범 비행도 했다. 엠브라에르는 보잉과 에어버스에 이은 글로벌 3대 항공기 제작사로 ‘브라질의 삼성’으로 불린다. 주로 100인승 안팎의 항공기를 주로 제작한다. 비행시간은 7시간 정도이며 1.2km 활주로의 이착륙이 가능하다.
울릉공항 취항을 노리는 또 다른 항공기 제작사로는 ATR이 있다. ATR은 1981년에 설립된 프랑스와 이탈리아 합작사다. ATR 42와 ATR 72등 90인승 미만 터보프롭이 주력 제품이다. 국내에선 하이에어가 ATR 항공기 4대를 운영하고 있다. 수용 인원이 적어서 이착륙 거리가 1200m면 충분하다는 것이 ATR 측의 설명이다. ATR은 지난해 11월 코리아데이를 열고 ATR 알리기에 나섰다.
소형 항공사들의 국내 진출 움직임과 함께 소형 항공사 설립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 고양시를 거점으로 시내·일반·공항버스 등을 운영하는 운수회사인 명성은 지난해 12월 국토부에 국내 여객 운송을 위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신청했다. 명성은 엠브레어의 E19-E2 2대를 2026년에 먼저 도입하고 2027년 추가로 1대를 리스해 총 3대로 운항 사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김포~울릉, 김포~양양, 포항~울릉, 양양~제주 노선을 중심으로 항공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한 항공 스타트업도 ATR과 함께 소형 항공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고 경북도는 ‘경북형 항공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는 엠브레어와 공항 및 정비(MRO) 협력, 항공산업 활성화 등을 위한 ‘항공산업 업무 협약’을 맺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울릉도는 관광 수요가 높은 지역으로 공항이 완공되면 여객수요가 폭증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항 구조상 중소형 비행기만 취항 가능하기 때문에 항공기 제작 업체와 LCC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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