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못잊을 행복”...이혼가정서 방치된 두 아이 10년간 키운 50대
이혼가정서 방치돼 떠돌던
3, 4살 아이들 10년간 맡아
원래 가정 복귀 전까지 양육
“당당한 사회구성원 되길”
양육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10년째 양육하고 있는 50대 이선영 씨(가명)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 내내 웃음 띤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의 자랑을 늘어놓는 그의 모습에서 친부모와 다름없는 자식사랑이 느껴졌다. 아이가 곧 행복이라는 것이 그냥 하는 상투적인 말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진심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 전해졌다.
혹여나 아이들이 마음을 다치지 않을까 익명을 요구하고 사진촬영도 거부했지만 위탁가정 부모가 지금보다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는 흔쾌히 인터뷰를 수락했다.
가정위탁보호사업은 아이가 학대를 당하거나 이혼, 수감, 사망 등의 이유로 친부모가 돌볼 여력이 없는 경우 일정 기간 아이를 맡아 키우고 다시 원래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친부모가 양육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판단되면 아이들은 비로소 원래의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다. 1985년 처음으로 가정위탁보호시범사업이 시작됐다. 현재 전국에서 7500여 가정이 아이들을 맡아 키우고 있고 이들을 지원하는 기관(가정위탁지원센터)이 18곳 운영되고 있다.
이씨가 처음 아이들을 데려왔을 때 아이들이 만 4세, 3세에 불과했다. 둘째 아이는 말을 제대로 못했고 기저귀를 떼지 못한 상태였다. 이씨는 “나이에 비해 언어 발달 속도가 느린 것 같아 걱정이었다”며 “아이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주니 얼마 되지 않아 말을 하기 시작해 다행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들 형제는 엄마가 이혼을 한 뒤 방치돼 보호아동으로 지정됐다. 자정이 다 된 시간에 거리를 돌아다니고 경찰에게 빵을 얻어먹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아동 학대로 신고가 접수된 적도 많았다. 이런 상황 속에 놓인 아동은 ‘일반위탁가정’이 아닌 위탁 부모 중 1인 이상이 사회복지사 등 전문 자격증을 확보한 ‘전문위탁가정’에 맡겨진다. 이씨는 사회복지사 및 보육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위탁가정제도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위탁가정을 하겠다고 밝히자 새로운 아이들과 한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기도 했으나, 지금은 모든 가족 구성원이 아이들을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양육을 돕고 있다.
이씨는 “키운 정이 크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어버이날이 다가오는데 얼마 전 아이들이 키워준 엄마에게도 잘할 것이라 얘기해서 뭉클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들에게 자립심을 키워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씨는 “아이들이 낳아준 부모의 가정으로 복귀해서도 무엇이든 스스로 해낼 수 있게 학업뿐 아니라 옷 정리부터 용돈 관리까지 가르치고 있다”며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있으니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바르게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상미 초록우산 서울시가정위탁지원센터 과장은 “아동들은 가정위탁보호를 통해 가족과 관계를 맺는 방법을 습득한다”며 “이는 아동의 정서적 안정뿐만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사회생활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위탁아동 숫자는 올해 3월 기준 795명인데 이중 36%가 부모의 사망, 25%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맡겨진 경우였다. 박수봉 초록우산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은 “가정위탁 보호가 필요함에도 실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거주 지역을 옮기면서까지 위탁가정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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