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휩쓰는 폭염…베트남, 4월에만 고온 기록 110개 깨졌다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베트남에서 지난 4월에만 고온 기록 110개가 깨졌다. 남아시아와 동남아 지역에서도 폭염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5일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기상수문청은 지난달 세 차례 폭염이 베트남을 휩쓸며 베트남 전역에서 종전 고온 기록 110개가 깨졌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으며, 지난해 4월에 비하면 10배 많은 건수다.
지난해 가장 더운 달은 5월로 고온 기록 44개가 깨졌으나, 올해는 지난 4월 중 가장 더운 날로 꼽힌 27일에만 39개의 기록이 새로 쓰였다. 당시 수도 하노이에서는 5개 기상관측소 모두 종전 최고기온 기록을 넘었다. 한 관측소에서는 1998년 4월27일의 37.8도를 넘는 40.4도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지난달 말 북부와 중부의 평균 기온은 평년 대비 2~4도 높았으며, 몇몇 지역은 최고기온이 43도에 달했다. 남부 호찌민시에선 75일 넘게 폭염이 이어지며 지난 30년간의 기록을 넘었다.
기상수문청은 이달에도 전국 기온이 평년보다 1.5~2.5도 정도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베트남 역대 최고 기온은 지난해 5월7일의 44.2도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에서 최고 48도에 육박하는 수준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유엔아동기금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더 뜨겁고 더 길어진 폭염 탓에 아동 2억4300만명이 온열 질환과 사망 위험에 노출됐다고 경고했다.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 방글라데시 등은 단축 및 원격수업을 시행했다.
고온으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고 저수지가 말라 과일 농사를 망치는 등 곳곳에서 폭염 피해가 보고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태국의 대표 수출 과일인 두리안은 폭염과 가뭄으로 타격을 입었다. 베트남 남부의 한 저수지에서는 폭염으로 물고기 수십만마리가 폐사했다. 총선을 치르고 있는 인도에선 최고기온이 43도에 달해 투표율이 2019년 총선보다 3~4%포인트가량 낮고, 여성 앵커가 뉴스를 진행하던 중 실신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동남아에선 통상 4~5월이 가장 더운 시기로 꼽힌다. 올해는 특히 엘니뇨 현상과 기후변화가 폭염을 더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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