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 축소가 교권 회복? 학생인권조례 폐지만이 능사인가
임태희 교육감 "교권 위해 학생인권조례 폐지? 동의 못해"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조례 폐지 논의 가속화
인권위 "조례와 교권 침해 관계 없다"
교권 침해, 조례 시행 0.5건 < 미시행 0.53건
"조급한 폐지보다는 대안 마련에 투자해야"
충남에 이어 서울까지 학생인권조례 폐지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학생 인권의 축소 혹은 폐지가 교권 보호 및 강화를 위한 최선의 해법인지를 두고 교육계 내에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생인권조례를 처음 제정한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학생인권조례의 일방적 폐지가 아닌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권리와 책임을 모두 담은 통합 조례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찬반 논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 대신 학생·교사·학부모 통합 조례 추진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학생인권조례'와 '경기도교육청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를 통합한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를 추진 중이다.
기존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성별, 종교,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을 명시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조례는 학생뿐 아니라 교원, 학부모의 권리와 책임을 포괄한다.
일례로 분리교육,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학생의 책임도 명시한 것이다.
또 '자녀 또는 아동이 학칙 등에 따라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할 책임', '모든 학생의 권리를 존중하고 이를 침해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할 책임' 등 부모의 권리와 책임도 담았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가 충청남도와 서울시에서 폐지됐는데 개인적으로 폐지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망가져 이를 폐지해야 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통합 조례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내 권리가 중요한 만큼 그 권리에 수반되는 책임에 대해서도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 권리와 책임은 항상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새 조례가 제정되면 기존 조례는 폐지될 예정이지만 충남과 서울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인권) 조례 폐지를 통해 교권을 회복하기 보다는 학생·교사·학부모의 권리와 책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적정선을 찾고자 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서이초 사건 계기로 충남·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기본권을 박탈당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학생의 권한을 과도하게 강조한 나머지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는 등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상황에서도 교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7월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던 교사가 숨지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두드러졌다.
결국 동성애와 성전환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조례 폐지를 추진해온 충남도의회와 서울시의회는 교권 보호라는 이유를 들어 폐지를 의결했다.
조례 폐지가 답?…인권위 "조례와 교권 침해 관계 없어"
하지만 교권의 추락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볼만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조례 폐지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학생인권조례 바로 알기 안내서'를 보면 조례를 시행 중인 지역의 100명당 교육활동 침해 건수 2017~2021년 평균 0.5건으로, 미시행 지역 0.53건보다 오히려 낮았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례 여부와 교권 침해는 관계가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2010년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처음 설계했던 구희현 친환경학교급식경기도운동본부 상임대표도 "교권 침해는 학생을 우선시한 극소수 학부모의 행동이 원인이지 학생인권조례 때문은 아니다"라며 "학생인권조례는 오히려 학교 구성원 간 배려와 책임을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급하게 조례를 폐지하기 보다는 학교 구성원들간 충분한 논의 거쳐 최적의 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인교대 박주형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인권조례가 당장 교육활동에 큰 해악을 끼친다면 폐지하고 시간을 들여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대안을 마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며 "현재 조례가 폐지되는 과정을 보면 교육 목적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더 많이 얽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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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준석 기자 lj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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