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장제원·이철규 모두 2선으로... 친윤 모임도 사실상 중단

박수찬 기자 2024. 5. 6.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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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당 영향력 점차 약화
與원내대표 선거 이철규 불출마
이종배·추경호·송석준 입후보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뉴스1

‘친윤계 핵심’으로 꼽혀온 국민의힘 이철규(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이 오는 9일 치르는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불출마했다. 이 의원은 그간 출마 여부를 밝힌 적이 없지만 여권에서 그가 22대 국회 첫 여당 원내대표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여당 주류 핵심으로 떠올라 당무(黨務)를 주도했던 친윤 진영이 4·10 총선 패배를 계기로 퇴조하며 당내 영향력도 점차 감소하는 모양새다.

5일 후보 등록을 마감한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는 이종배(충북 충주)·추경호(대구 달성)·송석준(경기 이천) 의원(기호순)이 입후보했다. 세 사람은 모두 행정고시를 거친 관료 출신으로 ‘친윤 핵심’으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이날 출마를 선언한 추경호 의원은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냈지만 계파색이 옅고 이철규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을 듣는 인물이다.

추경호 출마… 與 원내대표 3파전 - 5일 후보 등록을 마감한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입후보한 이종배, 추경호, 송석준(왼쪽부터, 기호순) 의원. 이 의원은 충청 4선, 추 의원은 영남 3선, 송 의원은 수도권 3선이다. 세 사람 모두 ‘친윤 핵심’으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반면 단독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핵심 친윤 이철규 의원은 불출마했다. /뉴시스

여권에선 이 의원의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를 두고 친윤 그룹의 분화가 본격화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애초 지난 3일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었다. 이때까지는 이철규 의원 단독 출마 가능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열린 국민의힘 당선자 총회에서 일부 친윤계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 연기를 주장했다. 이튿날에는 배현진 의원이 공개적으로 이 의원 불출마를 촉구했다. 친윤계 모임 ‘국민공감’ 간사를 한 배 의원은 현 정부 출범 후 국민의힘 사무총장과 인재영입위원장, 총선 공천관리위원을 거친 이 의원을 “어쩌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책임자”라고 했다.

이철규 의원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에게 악역(원내대표)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출마하지 말아 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아내 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했다. 그는 “내가 명예와 자리를 탐해 살아온 사람처럼 왜곡하지 말라”고 했다. 당을 위해 희생하는 차원에서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란 뜻으로 해석됐다.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선 “윤 정부를 위해 독배 들 사람은 이철규밖에 없다”는 의견과 “총선 패배 책임론을 벗기 어렵다”며 반대하는 주장이 엇갈렸다. 한 친윤계 의원은 “이 의원 측에서 ‘이철규 불출마’ 보도를 부인하면서 끝까지 상황을 관망했지만 이번엔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후보 마감 후 이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당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어떠한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박상훈

친윤 핵심이 원내대표직을 포기하고 계파색이 옅거나 비주류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경쟁하는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총선 후 달라진 여당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지난 2년간 당정 관계는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친윤 핵심 인사들이 당내 여론 조성을 주도하며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면서 친윤 주류에 대한 심판론과 함께 이전과는 달라진 당정 관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도 이런 여당 분위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3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소통했는지에 관한 질문을 받고 “결단코 없다”고 했다. 홍 수석은 윤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의심 살 일은 하지 말라”고 했다고도 전했다. 홍 수석은 당대표 선출과 관련해서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우리(대통령실)가 ‘이리 가자 저리 가자’ 하는 것은 안 맞는다”며 “대통령도 똑같은 생각을 갖고 계시는 것 같더라”고 했다. 여당 재선 의원은 “대통령실도 친윤 핵심 인사들을 내세워 여당에 대해 예전처럼 장악력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친윤 핵심 인사들은 이미 윤 대통령 취임 첫해부터 일부 분화 조짐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권성동 의원이 2022년 9월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후 중앙 정치와 거리를 둬온 것도 친윤 그룹의 결속력이 약해진 징후란 해석도 있다. 권 의원이 중앙 정치 전면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 윤 대통령의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장제원 의원은 작년 3월 김기현 의원과 이른바 ‘김·장 연대’를 결성해 김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장 의원은 ‘김기현 지도부’에서 당직을 맡진 않았지만, 자금·조직을 관장하는 사무총장에 이철규 의원이 임명됐다. 그 밖에 부총장에 박성민·배현진 의원, 수석대변인에 강민국·유상범 의원, 여의도연구원장에 박수영 의원 등이 임명되는 등 주요 당직 대부분에 친윤계 의원이 포진했다.

하지만 작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김기현 지도부가 흔들리다가 12월 와해했다. 그 여파로 친윤계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장제원 의원은 스스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총선 인재 영입과 공천에 관여한 이철규 의원도 결국 원내대표 선거에 불출마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현 정권 출범 후 윤 대통령의 검찰 출신 측근들의 부상 속에서 친윤 핵심 인사들 간에 일부 균열이 일었고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후엔 책임 소재와 후임 지도부 인선, 총선 공천을 놓고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친윤계는 총선을 앞두고는 공부 모임 등 활동도 사실상 중단했다. 다만 불출마한 장 의원을 제외한 친윤 핵심 의원 대부분이 22대 총선에서 생존한 터라 이들이 다시 세력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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