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 여사 수사와 ‘채 상병’ 회견, 만시지탄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 “전담 수사팀을 꾸려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인 9일쯤 기자회견을 열어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둘 다 국민 관심이 높고 민주당이 집중 공격하는 사안들이다.
검찰은 명품백 사건 고발장이 접수된 지 5개월이 되도록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그러다 야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명품백을 더한 특검법을 발의하고 강행 처리하려 하자 뒤늦게 수사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 사건은 특검까지 할 만큼 복잡한 사안이 아니다. 친북 목사와 친야 유튜브가 기획한 ‘함정 몰카 공작’ 성격이 짙다. 대통령 직무와 관련한 청탁이 오간 정황이 없고 대통령이 가방 수수를 인지했다는 증거도 없다. 김 여사는 공직자가 아니여서 청탁금지법상 혐의 구성이나 처벌도 힘들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를 미루면서 봐주기라는 의심을 자초했다. 야당의 특검 공세가 본격화한 뒤 뒤늦게 수사한다고 하니 “특검을 피하려 수사 시늉만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특검 피하기 꼼수’라는 의심을 벗으려면 김 여사 사건을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몰카 당사자뿐 아니라 김 여사도 소환해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 검찰은 문재인 정부 검찰이 1년 반 넘게 수사하고도 혐의점을 찾지 못했던 주가 조작 사건도 이번에 함께 조사해 결론을 내야 한다. 그래도 야당이 특검을 고집한다면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민주당이 여야 합의 원칙을 무시한 채 ‘채 상병 특검법’을 강행 처리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 특검 추천권을 민주당이 행사하고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정치적으로 악용할 여지를 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애초에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해 출국시킨 대통령실의 대처가 논란을 키웠다. 만일 윤 대통령이 회견에서 사건 경위를 소상히 밝히지 않은 채 무조건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만 강조한다면 국민 의구심은 커질 것이다. 특검 회피용 회견이라는 비난을 자초할 수 있다.
이번 대통령 회견은 채 상병 의혹 수사 막기가 아니라 사건 진상을 밝히고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1일 의료 파행 사태 관련 담화에서 의대 증원의 당위성을 강조하다 되레 의료계의 반발을 키웠다. 이번엔 대통령의 일방적 주장을 펴기보단 국민이 가진 의문을 해소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 회견과 검찰 수사가 조금이라도 ‘특검 물타기용’으로 비친다면 국민이 바로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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