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핵관’ 역할 총선으로 끝나, 이젠 뒤에서 도와야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의 강력한 후보로 꼽혔던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 불출마하기로 했다. 선거 패배에 책임져야 할 사람이 상까지 받으려 한다는 당 안팎 비판이 커진 데다 윤석열 대통령도 “의심 살 일을 하지 말라”며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는 지난 총선 때 인재영입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을 맡는 등 핵심적 역할을 했다. 비례대표 공천을 놓고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공개적으로 충돌해 윤 대통령의 뜻을 대리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총선 참패에 누구보다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었다.
국민의힘 당선자 상당수는 이 의원 및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과 이런저런 인연으로 엮여 있다. 이 의원이 원내대표가 된다면 해병대원 특검을 포함해 윤 대통령과 정권의 명운을 좌우할 핵심적 사안에서 여당이 돌격대 혹은 방패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을 것이다. 차기 여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실과 국민 여론, 그리고 야당을 포괄적으로 살펴야 할 균형감과 정치 능력이 필요하다.
‘윤핵관’의 정치적 역할은 사실상 지난 총선에서 끝났다. 여기서 무리를 하면서까지 당을 장악할 경우 오히려 대통령과 여당에 독이 될 수 있다. 8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에 패한 새누리당은 잠시 비주류를 지도부로 내세워 당의 변화를 모색했다. 그러나 다시 친박계가 정치 무대의 전면에 나서고 당권까지 거머쥐면서 당정 수직 관계를 강화했다. 그렇게 당 전체가 대통령과 정권 보위에 나섰지만, 결과는 탄핵이라는 비극으로 끝났다.
지난 2년 동안 친윤 핵심들은 여당 내 비주류에 대한 배척도 모자라, 자신들끼리도 사분오열하며 다퉜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총선 대패를 통해 그들의 정치적 역량은 이미 검증을 받은 셈이다. 어느 정권이나 그 정권과 운명을 함께하는 핵심 세력은 존재했다. 그러나 무대에서 내려올 때를 알고 대통령을 뒤에서 도왔던 이들과 끝까지 권력을 탐했던 이들의 운명은 확연히 달랐다. 지금 친윤 핵심들은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을 게 아니라, 무대 뒤로 물러나 조용히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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