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한인 스타트업, 우리가 남이가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4. 5. 6. 00: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뉴욕에서 열린 한인 스타트업 행사에서 정세주 눔 대표가 '한국 창업자 연합(UKF)의 출범을 알리고 있다./프라이머사제 제공

지난 1일 뉴욕 맨해튼 시티은행 헤드쿼터. 한미친선협회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린 ‘스타트업 씬 포럼’에 연사로 나선 정세주 눔 대표는 “한인 창업자들의 성공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한 ‘한인 창업자 연합(United Korean Founders·UKF)’이라는 법인을 출범했다”며 “해외 사업이 막막할 창업자들을 보호하는 ‘우산’이 되는 동시에, UKF를 중심으로 미국 내 한인 창업 생태계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헬스케어 기업인 눔은 몰로코·센드버드 등과 함께 미국에서 성공한 대표적 한인 유니콘 기업이다. 미국 시장을 개척한 선배 창업자들이 힘을 합쳐 후배 창업자들을 이끌어주고 밀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 내 한인 창업 커뮤니티는 실리콘밸리의 한인 벤처투자사(VC) 프라이머사제가 이끄는 ‘82스타트업’과 정세주 눔 대표가 주도하는 ‘코리안 스타트업 포럼 뉴욕’ 양 축으로 나뉘어 있었다. UKF는 양 커뮤니티를 하나로 합친 동·서해안 통합 네트워크인 셈이다. UKF는 지난 1일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오는 10월 18일 뉴욕에서 대형 한인 스타트업 네트워크 행사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와 함께 UKF를 공동 설립한 이기하 프라이머사제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 모델”이라며 “K스타트업이 글로벌로 가야 한다는 얘기는 아무나 하지만, 누군가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고 그게 UKF 설립의 이유”라고 했다. 20~30년 전부터 미국에서 끈끈한 창업 네트워크를 구축한 이스라엘은 현지에서 활동하는 VC만 20~30곳인 데다, 나스닥에 상장해 있는 기업만 135곳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 이 대표는 “이스라엘 창업자들 모임은 스타디움을 대관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선순환이 이뤄진다”며 “바이오·IT 등 첨단 기술을 갖춘 한국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자들은 “해외 진출에 있어 뿌리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남이가’를 외쳐주는 것보다 반가운 것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지 핵심 투자자와의 짧은 만남을 주선해주거나, 현지 사정에 맞는 사업 조언을 해주는 선배들의 존재가 해외 진출의 승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에 법인을 세운 AI 업체 업스테이지의 김성훈 대표는 “실제로 미국 진출 추진 당시 현지 커뮤니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한인 네트워크가 탄탄할수록 초심자들의 기회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성공의 선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07년 설립된 한인 금융인 모임인 ‘코리아파이낸스소사이어티(KFS)’는 월가(街) 요직에 한인들이 포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단체로 평가받는다. 창업판이라고 다를 것도 없다. 미국서 K유니콘이 속출하고, 상장 사례가 줄짓는 ‘한인 창업 파워’가 명성을 떨칠 날을 기대해본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