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내 집 가꾸며 곱씹다… 자기 돌봄이 나다움의 시작[2030세상/배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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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집 안 가요'라는 아가씨의 말, '본전도 안 남아요'라는 상인의 말, '이제 그만 죽어야지'라는 어르신의 말이 세상 3대 거짓말이라는 오랜 유머가 있다.
나는 여기에 '저희 집처럼 해드릴게요'라는 도배사의 거짓말을 하나 더 보태고 싶다.
늘 지쳐 있었기 때문에 내 방 내 집의 도배는 마감 불량이어도 못 본 척 지나쳤고, 바쁜 일에 치여 온전하게 쉼을 누려야 할 내 공간을 돌보고 가꿀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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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도배를 하면서 내가 도배한 곳에 누군가 들어와 살게 될 생각을 하면 보람이 있다. 공간에 관심이 많고 특히 쉼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에 대해 늘 생각하는 편이기에 내가 작업한 곳이 다른 사람에게 중요한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다. 하지만 정작 내 공간과 내 쉼에 대해서는 많이 놓치고 있었다. 늘 지쳐 있었기 때문에 내 방 내 집의 도배는 마감 불량이어도 못 본 척 지나쳤고, 바쁜 일에 치여 온전하게 쉼을 누려야 할 내 공간을 돌보고 가꿀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공간만 채우며 살다 보니 어느 순간 스스로 고갈되고 비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먼저 누리고 스스로를 채워야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내 방 내 집을 가꾸기 시작했다. 초보 도배사일 때 현장에서 남은 벽지를 얻어 와서 서툴게 혼자 작업한 탓에 마감이 온전하지 않은 벽지들을 떼어내고 내가 직접 고른 깨끗하고 예쁜 새 벽지를 붙였다. 낡고 오래된 가구들을 이리저리 옮겨 정리하고 마음에 드는 새로운 가구도 몇 가지 들여놓았다.
사실 공간을 채우는 것 말고도 스스로 돌보아야 할 것들이 참 많다. 몸과 마음의 건강도 챙겨야 하고, 취미생활이나 대인관계를 위한 시간도 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에 대해서도 시간을 들여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스스로를 돌보는 일은 직업 활동이나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다른 일과는 달리 당장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래서 더 미뤄 왔던 것 같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시간을 쓰고 때로는 돈도 쓰고 공을 들여야 한다. 나는 이제야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잘 돌보며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돌보며 사는 일, 나다운 삶의 시작이 아닐까.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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