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증원 근거’ 정부 압박…교수들 ‘일주일 휴진’ 거론도
의협 회장 “백년 의료정책 회의 후 보도자료만 남아” 비판
정부의 의대 증원에 관해 과학적 근거 등을 고려해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법원 판단이 나온 이후 의료계가 연일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행할 경우 의대 교수들의 일주일 집단 휴진까지 이뤄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내년도 의대 정원 확정 기한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이달 중순 나올 법원의 판단은 장기화되고 있는 의·정 갈등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40개 의대가 모두 참여하고 있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4일 서울대 의대에서 ‘한국 의학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를 진행했다.
세미나 후 연 기자회견에서 전의교협은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 2일 법원 결정을 무시하고 아무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채 의대 모집인원 제출현황을 공개했다”며 “정부는 의료농단, 교육농단에 이어 이제는 이를 감추기 위해 재판부 결정을 무시하면서까지 사법부를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의료계가 낸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과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은 이달 10일까지 정부가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 자료와 현장실사를 비롯한 조사 자료, 대학별 배분 관련 회의록 등을 제출하고 재판부의 인용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절차를 진행하지 말 것을 지난달 30일 요구했다.
이달 중순 나올 법원의 판단은 의대 증원 추진의 최대 변수다. 만약 법원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 정부의 의대 증원엔 제동이 걸린다. 의료계는 법원 판단에 기대를 걸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이제라도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수없이 많은 의료전문가가 검토하고 만들었다는 수천장 자료와 회의록을 사법부에 제출하고 명명백백히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의교협은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검증할 30~50명 규모의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겠다고도 밝혔다.
정부가 오는 10일까지 제출할 자료에 ‘의료현안협의체’ 등 주요 회의체의 회의록이 없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이에 대한 반발도 크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백년 국가 의료정책에 대해 회의 후 남은 게 겨우 보도자료밖에 없다고 한다. 밥알이 아깝다”고 남겼다.
정진행 전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도 SNS를 통해 “최고의 과학적 결론 2000은 회의록도 없다”고 비판했다.
의료계는 의대 교수들의 추가 휴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 등 20여개 의대가 소속된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3일 제10차 총회를 연 뒤 보도자료를 내고 “의대 증원 절차를 진행해 2025년 정원을 확정할 경우 일주일간의 집단 휴진 등을 포함한 다양한 행동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5월10일에는 전국적인 휴진이 예정돼 있으며 이후 각 대학의 상황에 맞춰 당직 후 휴진과 진료 재조정으로 주 1회 휴진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대학병원의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경희대병원을 산하에 두고 있는 경희의료원은 보직자들을 대상으로 3개월치(4~6월) 보직수당을 자율적인 기부 형식으로 반납받았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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