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 논란 포스코 조형물 ‘고철꽃’ 제작... 美 미니멀리즘 거장 스텔라 별세

허윤희 기자 2024. 5. 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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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니멀리즘 거장 프랭크 스텔라. 한국에선 서울 강남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앞에 설치된 조형물 ‘아마벨’로 잘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미국 미니멀리즘 거장 프랭크 스텔라(87·사진)가 4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사인은 림프종.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미술계를 대표한 인물이자 추상표현주의 시대를 끝내고 미니멀리즘의 문을 연 작가다. 한국에선 서울 강남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앞에 설치된 조형물 ‘아마벨’로 잘 알려져 있다.

스텔라는 1950년대 ‘블랙 페인팅’ 연작으로 20대에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 당시 주택 페인트공으로 일하며 사용하던 붓과 한 통에 1달러짜리 가정용 페인트를 이용해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평면적이고 반복적인 패턴을 적용한 스텔라의 작품은 윌렘 드 쿠닝, 잭슨 폴록 등 당시 뉴욕 미술계를 지배한 다채롭고 활기찬 화풍의 추상표현주의자들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졌다”고 보도했다.

프랭크 스텔라의 1959년작 'The Marriage of Reason and Squalor, II'. /MoMA

이후 50여 년간 틀을 깨는 창의적 발상으로 뉴욕 미술계를 이끌었다. 1960년대에는 ‘왜 캔버스는 꼭 사각형이어야만 하나?’ 라는 의문을 품고 사다리꼴, 오각형, 육각형 등 다각형 모양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해석을 거부하고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 보고 있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지금 보고 있는 작품이 전부이고, 그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존재하지도 않는 의미나 상징을 찾지 말라는 뜻이다.

2015년 바젤미술관에서 열린 ‘Frank Stella Paintings & Drawings’ 전시 전경. /바젤미술관

1990년대에는 조각과 공공예술로 눈을 돌렸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옥상에 전시됐던 조형물 ‘메만트라(Memantra)’가 대표적이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앞에 설치된 조형물 ‘아마벨’.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으로, 도시 미관을 해치는 '흉물'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연합뉴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포스코의 의뢰로 제작된 ‘아마벨’은 ‘공공 디자인’이란 개념이 낯설었던 1997년 설치한 조형물. 도시 미관을 해치는 ‘흉물’이라는 비판과 세계적 대가의 ‘걸작’이라는 반응이 첨예하게 대립한 작품이다. 알루미늄·유리를 조각조각 짜맞춰 만든 이 작품의 높이는 9m, 무게는 30t이나 된다. 포스코는 당시 이 작품을 180만달러(약 21억원)에 샀다. 제목은 제작 도중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친구의 딸 이름으로, 해당 비행기 잔해 일부가 작품에 사용됐다. 가까이서 보면 구겨진 금속 덩어리 같지만 멀리서 보면 꽃 한 송이의 형상을 띠고 있다. 당시에 “정치권의 비자금과 얽혔다더라” “설치 당시 고철덩어리인 줄 알고 고물상에서 들고 갔다가 겨우 찾았다더라” 등의 소문이 돌아 포스코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2016년 미국 미술 전문 매체 아트넷뉴스가 발표한 ‘가장 미움받는 공공 조형물 10선’에 포함되기도 했다.

33세에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최연소 작가로 회고전을 열었다. 2015년엔 새로 개관한 휘트니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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