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법 통과되자 ‘대통령 구하기’ 나선 여당…“야권, 대통령 탄핵이 목적”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구하기’에 나섰다. 특검법의 목표는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에 대한 대통령실의 외압 의혹 규명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채 상병 사망의 법적 책임을 가리는 게 핵심이며 수사 외압 의혹은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대통령실을 향한 공세를 차단하고,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5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특검법은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하지만 거기서 뭐가 나올 게 있나. 정치적 공방인 것”이라며 “민주당은 협상할 생각이 아니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게 해서 ‘거부권 하는 정부’를 만들려고 하는 의도가 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특검 규모, 수사상황 공표 등 세부 조항만 조정했다면 합의가 가능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정치 공세를 위해 표결을 강행했다고 주장한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특검법은) 대통령실을 정조준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며 “특검법안의 수사 대상·추천 방식·언론 브리핑 등 모두 진실규명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닌, 그저 정쟁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 또한 다분하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특검 여론전에 나선 것은 이를 정권 유지와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영우 전 의원은 지난 3일 CBS 라디오에서 “채 상병 특검법도 보면 민주당, 야권에서는 이것이 대통령 임기 단축을 위한 시도다. 탄핵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 특검법 수용 목소리는 소수에 불과하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12일 MBC 라디오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개인적으로 찬성한다”고 했지만 지난 2일 본회의 때는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표결에 불참했다. 김웅 의원은 본회의장에 남아 찬성표를 던졌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책임에 인색한 윤 대통령과 여당의 스타일이 문제를 키웠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3일 CBS 라디오에서 “여전히 (대통령의) 법적 잣대로 모든 현상을 진단하고 접근하고 판단까지 하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검법이 정부에 이송되면 국민의힘은 거부권을 건의하고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이 재의결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여야 의원 모두가 표결에 참여할 경우 여당에서 17표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통과가 가능하다.
변수는 55명에 달하는 국민의힘의 총선 낙천·낙선 의원의 회의 불참 혹은 이탈표다. 오는 9일 들어설 차기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표 단속에 얼마나 성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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