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부끄러운 자화상, ‘유리천장 지수’ OECD 꼴찌

기자 2024. 5. 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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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양성평등 수준이 국제적으로 또다시 굴욕적인 평가를 받았다. 최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매해 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해 발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29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해당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12년째 한국은 줄곧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리천장은 동일한 노동 경쟁력을 가졌음에도 직장 내 성(性)이나 특정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로 고위직으로의 승진이나 연봉 상승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용어다. 좁은 의미로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승진을 막는 장벽을 뜻한다.

유리천장 지수는 고등교육, 노동 참여율, 성별 임금 격차, 양육비용, 출산·육아 휴가 권리, 관리직 여성 비율 등 10가지 지표를 종합해 도출한다. 성별 임금 격차는 31.1% 차이로 현격한 최하위를 기록했고, 관리직 여성 비율, 기업 임원 중 여성 비율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는 노동환경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성차별이 매우 심각함을 보여주는 수치로,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을 자랑하는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양성평등을 외치면서도 여성 차별이 여전히 뿌리 깊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여성으로서 높디높은 채용장벽을 가까스로 넘어도 승진장벽이 앞을 가로막는 우리의 현실이 답답하고 씁쓸하다. 올해 세계여성의날 주제는 ‘공정을 포용하라’(Embrace Equity)이다. 이는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한 기회와 자원의 ‘공정한’ 배분만이 진정한 ‘평등’을 끌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정부는 노동 현장에서의 남녀 불균형과 가부장적 남성 우월주의를 바로잡고,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여성 차별과 유리천장 제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여성의 잠재력을 향상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식 전환과 공감대 확산이 필요하다. 기업도 유리천장 깨기는 여성에 대한 배려 차원이 아니라 여성 인력의 성공적 활용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생존전략임을 구성원 모두가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생산가능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는 경제를 지탱해나갈 수 없다. 이를 위해선 양육과 일자리 환경의 획기적인 패러다임 개선이 절실하다.

세계은행은 ‘여성들이 일하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막는 차별적인 법과 관행을 해소하면 전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이 20% 이상 증가할 수 있으며, 세계 경제 성장률이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뼈아픈 교훈이다. 국제사회가 저마다 21세기를 새롭게 바꿀 원동력으로 여성 인력을 꼽고 있지만, 유독 대한민국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여성의 경제활동을 가로막고, 그들이 최종 의사결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역량 있는 여성 개인은 물론 우리 국가 전체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최하위의 유리천장 지수로는 국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가야 할 길은 멀지만 머지않아 대한민국의 단단한 유리천장이 깨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해본다.

김동석 직업상담사

김동석 직업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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