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견제에 맞서, 시진핑 유럽 갔다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의 대(對)중국 견제에 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세르비아·헝가리 등 유럽 3국 순방에 나섰다. 시진핑의 유럽 방문은 2019년 3월 이탈리아·모나코·프랑스 방문 이후 5년 여 만이고,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이다.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을 짜고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상황에 시진핑이 직접 경제적 이득을 내세우며 유럽 국가를 포섭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시진핑은 이날 오후 전용기 편으로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해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시진핑은 공항에서 서면으로 발표한 연설문에서 “60년 전 중국과 프랑스 양국은 냉전의 장벽을 돌파하고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며 “중국과 서방 관계의 선두에서 상이한 사회 제도를 가진 나라들이 평화공존·협력호혜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서방 문명의 중요한 대표로서 중국과 프랑스는 오랫동안 서로 흠모하고 영향 받았다”며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일찍이 중화 문화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중국 인민 역시 볼테르, 디드로, 위고, 발자크 등 프랑스 문화의 거장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시진핑은 7일까지 이어지는 프랑스 방문 기간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와 국제·지역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시진핑은 마크롱,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3자 회담도 할 예정이다. 세 사람은 작년 4월에도 베이징에서 만났다. 프랑스 방문 마지막 날에는 마크롱의 외할머니가 살았던 프랑스 남부 오트 피레네에서 중국·프랑스 정상 부부가 점심을 함께하는 친교 행사를 갖는다. 이번 유럽 순방에는 시진핑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 차이치 중공 중앙판공청 주임(서열 5위), 왕이 외교부장(장관) 등이 동행했다.
프랑스는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에 우호적인 입장을 피력해 왔다. 마크롱은 지난 2월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프랑스는 전략적 자율성을 고수하고 있고,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평화·안정을 수호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4월 방중 당시엔 “유럽은 대만을 사이에 둔 미·중 대결에 거리를 둬야 한다”며 돌발 친중(親中) 발언을 했다. 다만 이번 정상 간 만남에서는 EU가 최근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제품, 리튬 전지 등에 제기한 불공정 무역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속 강화된 중·러 관계 등에 대한 논의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이 7일 방문하는 세르비아도 친러·친중 성향이 강한 국가다. 방문 첫날은 1999년 5월 7일 코소보 분쟁 당시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에게 오폭 공격을 당했던 사건의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때문에 시진핑이 베오그라드 중국대사관에서 매년 개최하는 희생자 추도식에 참석해 서방 진영의 과오를 부각시킬 가능성이 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시진핑에 대한 극진한 대접을 예고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중국 국영 CCTV와 인터뷰에서 시진핑과의 만찬 때 세르비아산(産) 와인을 대접하겠다고 하면서 “웨이터나 의전 담당자가 아닌 내가 와인을 직접 서빙할 예정이다. 시 주석께서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8∼10일 헝가리에선 시진핑과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정상회담을 갖는다. 헝가리는 EU·나토 회원국이지만, 러시아와 강력한 유대 관계를 맺어왔다. 2015년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또 서방이 안보 위협을 제기한 중국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가 자국에 해외 최대 물류·제조 기지를 짓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오르반은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정상포럼에도 EU 회원국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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