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ERA 압도적 최하위… SSG 이대로는 또 여름 추락, ‘메시아’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김태우 기자 2024. 5. 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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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출된 로버트 더거로부터 시작된 SSG 선발진의 위기는 계속해서 심화되며 팀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곽혜미 기자
▲ 박종훈은 두 차례의 2군행을 경험하는 등 좀처럼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SSG 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자신들에게 ‘스윕패’ 굴욕을 안겼던 팀들을 상대로 한 이른바 ‘리벤지 위크’에서 SSG는 2승3패의 성적으로 일주일을 마무리했다. 성적이 아주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오히려 5일 경기가 비로 취소된 게 다행인 흐름이었다.

선발 투수들이 버티지 못하면서 일주일 내내 고난의 행군을 했다. 비중이 커진 불펜 투수들이 당연히 힘들었고, 경기가 빡빡하게 진행되다보니 야수들도 쉴 수가 없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소모가 큰 일주일이었다. 5일 비를 괜히 반긴 게 아니다. 2승3패라고 하지만, 이번 주 일주일은 SSG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시한폭탄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가볍지 않다.

SSG는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허약한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다. 시즌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럴 줄은 몰랐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나도 압도적인 꼴찌다. SSG 선발진은 5일 현재 36경기에서 6.8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리그 선발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4.77, 9위인 kt의선발 평균자책점이 5.59라는 점을 고려하면 SSG 선발진의 허약함이 도드라진다. 이숭용 SSG 감독도 시즌 시작 전까지는 선발보다는 불펜을 더 걱정했는데, 지금은 양상이 바뀌었다고 인정했다.

시즌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71, 피안타율 0.366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긴 로버트 더거를 전격 퇴출시킨 SSG는 이번 주 외국인 투수 하나 없이 일정을 진행해야 했다. 구세주는 없었다. 4월 30일 대전 한화전에서 이기순은 2⅔이닝 4실점, 5월 1일 대전 한화전에서 박종훈은 3이닝 6실점, 5월 2일 대전 한화전에서 오원석은 4이닝 3실점, 5월 3일 인천 NC전에서 김광현은 4⅓이닝 7실점, 5월 4일 인천 NC전에서 로에니스 엘리아스는 4이닝 3실점을 기록해 모두가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어차피 바닥이라 앞으로 찍고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 또한 지나친 낙관론으로 들리는 경향이 있다. 현재 팀 마운드가 가진 구조적 문제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에이스이자 믿었던 김광현의 경기력마저 들쭉날쭉한 가운데 더거가 퇴출된 것에 이어 박종훈까지 2군에 갔다. 오원석은 이닝이터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더거가 퇴출된 자리에 대체로 들어갈 만한 젊은 선발 투수가 확실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2군에서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자원도 없다. 지금 SSG는 근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발 투수의 수 자체가 타 팀에 비해 모자라다. 양질 모두가 문제다. 김광현 엘리아스는 1988년생 베테랑들로 체력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불펜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지만 이미 롱릴리프 투수들의 투구 이닝은 크게 불어났고, 롱릴리프가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경기에는 뒤지고 있어도 필승조가 등판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숭용 감독은 “아직 과부하 상태는 아니다. 투수 및 트레이닝 파트와 계속해서 선수들의 휴식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이미 SSG 불펜 투수들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156⅓이닝)을 소화했고, 불펜 소화 이닝 상위 20위 내에는 이미 네 명의 선수(노경은 이로운 조병현 최민준)가 포함되어 있다. 이 흐름을 단순히 상의를 통한 휴식으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 또한 엄청난 오류다.

성적은 내야 하니 야수들의 체력 관리도 시즌 전 기대했던 것보다 못 미치고 있고 이숭용 감독의 구상에서 계속 벗어나고 있다. 당장 최지훈(315이닝)은 외야수 수비 이닝 1위, 박성한(314이닝)은 내야수 수비 이닝 1위다. 말끔한 컨디션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역시 30대 후반인 이지영의 수비 이닝은 252⅓이닝으로 리그 2위다. 최정도 계속해서 수비에 나가고 있다. “지치기 전에 관리한다”는 구상은 이제 마지노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 휴식을 통한 여름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고 공언한 이숭용 감독이지만 선발진의 총체적 난국 속에 그 목표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새 외국인 투수 드류 앤더슨은 5일 50구의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다만 취업비자 발급이 남아있고, 1군에 합류한다고 헤도 80구 이상을 던지는 정상적인 선발 투수로서의 몫은 당분간 할 수 없어 불펜 부하는 계속될 전망이다 ⓒSSG랜더스

결국 선발진부터 재건해야 하는 가운데 더거를 대신해 합류한 새 외국인 투수 드류 앤더슨(30)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앤더슨은 지난 3일 새벽 입국해 선수단 상견례를 마치고 곧바로 훈련에 들어갔다. 여독을 풀고, 몸 상태를 정상적으로 끌어올린 뒤 투구 수를 불려가는 절차를 차근차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SSG는 앤더슨과 계약할 당시부터 이미 이 일정을 모두 짜놓은 상태다.

앤더슨은 5일 첫 불펜 피칭을 진행하며 그 일정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날 패스트볼·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 등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구종을 모두 던지며 총 50구를 던졌다. 앤더슨은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불펜 투수로 준비했던 만큼 80구 이상을 던지는 선발 투수의 몫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길게는 한 달 정도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앤더슨은 내년까지 생각하고 데려온 선수다. 철저하게 관리해 선을 보이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앤더슨은 아직 취업비자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KBO리그 1·2군 경기에서는 던질 수 없다. 일단 불펜 피칭으로 감을 끌어올린 뒤 연습 경기에 나가 투구 수를 맞출 계획이다. 연습 경기 일정은 이미 잡혀있다. 이후 취업비자가 나오면 정식 경기에 나가 서서히 투구 수를 불려 나간다. 이숭용 감독은 “배영수 코치가 경기당 10구씩 늘려가는 방안을 이야기하더라. 투구 수 빌드업은 1군에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앤더슨은 “오늘은 약 75% 강도로 투구했고, 특히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의 투구 감각을 찾는데 집중했다. 전체적으로 피칭내용에 만족한다. KBO리그 공인구가 일본프로야구리그 공인구와 비슷한 점이 많고, 공 표면도 끈적해 앞으로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첫 경기 출전을 매우 기대하고 있고, 앞으로 선발투수로서 훈련 루틴을 이어가며 준비를 할 계획이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5월은 투구 수가 제한된다. 50~60구부터 시작해 많아봐야 80구가 될 전망이고, 빨라도 6월에야 80~100구를 던질 수 있는 몸 상태가 될 전망이다. 즉, SSG는 5월 내내 앤더슨의 뒤를 받칠 롱릴리프를 데리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앤더슨은 장기적으로 팀 선발진을 안정시킬 카드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 당장의 메시아는 아니다. 기존 선발 투수들이 반등해야 한다.

5월에도 불펜 투수들이 바쁘다면, 이는 최근 SSG의 흐름과 전혀 다를 게 없어진다. SSG는 지난 3년간 시즌 초반 빡빡한 경기에서 불펜과 야수들을 계속 소모하고, 7월 들어서는 불펜이 지치고 베테랑들이 지치며 경기력이 폭락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이숭용 감독은 이 고리를 끊겠다며 ‘휴식’을 들고 나왔으나 지금까지는 이전 흐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김성현 박지환 한유섬이 부상으로 차례로 이탈했고, 그러다보니 벤치에 죄다 대수비·대주자 요원인 경기 막판 힘이 떨어지고 있다. 지금이 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가운데 SSG가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를 가지고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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