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야생화에 희망을 심다

2024. 5. 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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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5월이 왔다.

최근 심각한 이슈인 '꿀벌 집단 실종'에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식량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가 지난 4월 산림청,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 함께 수해와 산불로 멍든 민통선 지역에 표토층을 깔고 꿀벌이 좋아하는 토종 야생화인 개느삼, 털개회나무, 구절초, 벌개미취를 심어 산림생태복원사업을 진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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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5월이 왔다. 수많은 문장가들이 이 시기를 예찬하는 이유도 아름답고 풍성한 신록이 가진 힘찬 생명의 약동감을 사랑했기 때문이리라. 싱그러운 대자연의 숨결을 느끼고 싶어 가까운 수목원으로 나선 발걸음에 문득 던진 아내의 한마디가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금 우리가 즐기는 이 멋진 경치를 다음 세대들이 누릴 수 있을까?"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다. 작년 3월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현재 생태계의 13%가 다른 기후대의 모습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당장 우리 주변만 봐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대구의 대표 특산물이던 사과가 강원도로 북상했고, 흑산도를 호령하던 홍어를 인천 앞바다에서, 제주도 인근이나 남해에서나 잡히던 방어가 이제는 동해 주문진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특히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한반도에서 우리가 심각하게 주목해야 할 곳이 민통선이다.

우리나라에서 산림 생태계가 가장 잘 보전된 곳으로 첫손 가는 민통선이 해마다 반복되는 폭우와 가뭄으로 척박한 돌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토양이 없는 땅에선 식물이 자랄 수 없고, 꽃이 사라지면 꿀을 먹고사는 나비, 벌, 나방도 사라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최근 심각한 이슈인 '꿀벌 집단 실종'에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식량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농작물의 70%는 꿀벌이 꽃가루를 옮겨줘야 하는데, 꿀벌이 사라지면 인공화분을 할 수밖에 없고 이는 전 세계적인 곡물값 상승을 야기한다. 이를 막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꿀벌이 좋아하는 식물을 심는 것이다. 대한적십자사가 지난 4월 산림청,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 함께 수해와 산불로 멍든 민통선 지역에 표토층을 깔고 꿀벌이 좋아하는 토종 야생화인 개느삼, 털개회나무, 구절초, 벌개미취를 심어 산림생태복원사업을 진행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후변화,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제 어느 조직을 가더라도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조직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주어진 당연한 시대적 사명이다. 일회용품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작은 실천이라도 힘써야 한다. 아마 나이 지긋한 세대들은 1954년 미국이 '노아의 방주'라는 작전명으로 150만마리에 달하는 꿀벌과 염소, 돼지, 닭 등의 축산물을 우리나라에 지원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을 터다. 이 프로젝트가 전쟁으로 초토화된 산림을 복원하고 빈곤을 벗어나는 디딤돌이 되었듯이 내가 심는 야생화가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오늘 심은 한 그루의 야생화가 지금 당장은 작고 초라해 보여도 모두의 힘으로 더 많은 꽃들이 모이면 장차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구를 위한 큰 선물이 된다.

조만간 아내와 다시 수목원 산책을 준비하며 지난번 미처 답하지 못했던 이 말을 전하고자 한다. "이 멋진 경치를 다음 세대들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우리 어른들이 나서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겠노라고.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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