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작전수행 중 피해 발생···병사는 제외 vs 직업군인만 보호, 중대재해처벌법이 차별?[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중대재해법 적용되면 임무 수행의 위축
‘군사활동’ 法적용 예외 조항 신설 필요
헌법재판소에서 아직 심리 중인 주요 관심 사건이 하나가 있다.
지난 2022년 5월 당시 육군 육군 한 사단에 근무하는 현역병이 “병사도 중대재해처벌법의 보호 대상이 되어야 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병사는 “현행 중대재해법 대상에서 병사가 제외돼 있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국선변호사를 통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병사가 문제를 삼은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군 간부·군무원과 공무직 근로자 등은 포함되지만, 병사와 예비군 훈련 참가자는 제외된다’는 내용이다. 국민의 기본권인 평등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 현행법에 따르면 현역병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대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7호에 따르면 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를 의미한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제한되기 때문에 현역병은 임금 등 대가를 위해 근로하는 것이 아니므로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징집된 사람들이기에 중대재해처벌법의 보호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병사는 “헌법은 ‘합리적 사유 없이 국민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데 직업군인과 현역병이 동일한 위험에 노출된 만큼 합리적 차별 사유가 없다”며 “현역병처럼 보호대상에서 제외된 여러 계층을 포괄할 수 있는 조항이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구된 이 사건에 대해 법조계는 부정적 관측이 많다. 서울 모 로스쿨 교수는 “다양한 계층을 보호할 필요가 있지만, 국가와 현역병은 고용관계가 아니기에 현역병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현역병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면 전쟁 등 위험한 일에 군인을 투입하기 어려워질 수 있어 군의 핵심 기능 이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군 내부에는 또 다른 시각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에서 군사활동은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미희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국방논단’ 최근호에 실린 ‘중대재해처벌법과 군 특수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군사활동에 대해선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2022년 1월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일부 조항에서 국방행정 업종이 예외대상에 포함되었던 것과는 달리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은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 예외 없이 전면 적용되고 있다. 즉 군 조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김 연구원은 “전쟁 발생 시 장병들은 생명을 위협받는 다양한 위급상황을 마주하며 이에 대비하고자 군은 평소 실전을 가정한 체계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며 “작전과 교육훈련을 적절히 계획해도 여전히 사고나 부상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게 군부대 업무가 일반 산업현장 업무와 구분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사작전이나 훈련 등에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면 임무 수행의 위축을 가져오고 군 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현장과 다른 군 특수성을 논의을 고려하고 해외사례를 통해 각국의 산업안전보건 관련 법령에서는 반영된 군 특수성을 참조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 연구원은 군사 작전과 훈련,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한 활동 등을 '군사활동'으로 분류하고, 이를 기준으로 중대재해법 예외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반 산업현장과 다를 바 없는 업무를 하다가 중대재해가 발생한 것까지 면책할 필요는 없지만, 군 본연의 임무인 국가의 주권·영토 보호를 위한 활동에는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군의 임무 수행을 위한 시설 환경에 해당하는 군용 항공기, 군함, 군사시설은 민간의 것과 목적과 운영 방식이 상이하고, 국가 보안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군 별도의 규정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군 안팎의 엇갈린 시각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두 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군이 특수한 점은 근로자로 분류되는 직업군인 이외에도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장병이 존재하는데, 관련 판례에서는 현역병의 복무는 임금을 목적으로 한 행위가 아니라는 점, 현역병의 급여는 ‘생계를 위한 임금’이 아닌 ‘병역의무이행에 따른 보상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이유로 현역병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해당 판결은 ‘고용보호법’의 대상으로서의 근로자에 대한 해석이라는 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그대로 적용 가능한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만약 판례에 따라 현역병을 근로자로 보지 않게되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병역의 의무를 행한다는 이유로 현역병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보호책임을 면하게 되기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법의 보호 또는 적용 대상에 대한 논의에서 벗어나 군의 특수성에 초점을 맞춰, 직업군인이든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는 현역병이든 신분에 관계 없이 군사활동에 대한 법 적용 예외 조항 마련을 통해 군의 적극적인 임무 수행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하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별도의 법에서 군인 및 군내 구성원들의 안전보장을 위한 법 조항 신설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물론 군사활동에 대해 법 적용 예외 조항이 신설될지라도 군은 군사활동을 수행하는 자들의 안전 및 건강 보호에 대한 의무를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예를 들어 독일 사례와 유럽연합의 산업안전보건기본지침을 살펴보면, 군사활동에 대하여 법 적용 예외 조항이 신설될지라도 군은 군사활동을 수행하는 자들의 안전 및 건강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를 규정했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방안으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서 별도로 정할 것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각 군 고유의 특수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이를 반영한 입법적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후속 조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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