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만들면 8개는 해외로, K-배터리 순환경제 비상
[편집자주] "건전지를 또 써?" 어린 시절 장난감 미니자동차에 들어갔던 AA 사이즈 충전지는 신세계였습니다. 한번 쓰고 버리던 건전지를 다시 쓸 수 있다니. 지금은 장난감이 아닌 진짜 자동차에서 나온 사용 후 배터리를 다시 쓰는 시대가 눈 앞에 다가왔습니다. 전기차가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차'가 되기 위해선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은 물론 전기차 배터리의 생산과 폐기, 재사용·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에 걸친 순환경제 조성이 필수적입니다. 머니투데이는 2022년 '오염의 종결자 K-순환경제' 시리즈를 시작으로 매년 주요 순환경제 분야를 조명하고 올바른 순환경제 모델을 고민해왔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배터리. 앞으로 30년 뒤 600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사용 후 배터리 시장을 고민해봅니다.
삼성SDI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에너지솔루션(소형전지 등 판매) 부문 매출 20조4061억원 가운데 수출은 18조2125억원이다. 사업부 매출 중 89.3%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배터리를 10개 만들면 8개 이상은 해외로 수출하거나 해외에서 직접 만드는 구조라는 얘기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반도체, 자동차 등에 이어 배터리가 새 주력 수출품목으로 성장한 것은 반길 만한 소식이다. 하지만 주요국이 환경성을 포함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를 앞세워 무역장벽을 세우고 있고 자국 혹은 역내 생산을 압박하는 최근 통상 흐름에선 대책이 필요하다.
배터리 순환경제 조성에서 시급한 과제는 '공급망'이다. 국내에 남은 10% 남짓인 배터리를 전량 수거해 모두 재생원료로 활용한다고 가정해도 글로벌 재생원료 의무사용 비중을 충족하기 어렵다.
실례로 유럽은 이르면 2031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 중 16%를 재생원료로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이 비중은 5년 뒤인 2036년 10%p(포인트) 상향된 26%로 강화된다.
우리가 배터리 순환경제를 조성에 유럽에 수출하기 위해선 현 시점에서 10% 안팎 재생 코발트를 더 확보해야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유럽과 달리 명시적으로 성분별 재생원료 사용비중을 규정하진 않았지만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범위 안에서 자국 혹은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국가에서 생산한 재생원료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환경부 역시 최근 업계와 손잡고 폐배터리 재생원료 공급망 강화에 나섰다. 환경부는 올 3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5곳과 폐배터리 인증 시범사업 추진협약을 맺고 △협의체 운영 △재생원료 인증방법 구체화 △인증제도 마련 및 관련제도 개선 등에 착수했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선 국내 자원만 갖고 순환경제 조성이 안된다"며 "우리나라의 수출형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순환원료에 대한 공급망 체계를 국가별로 연계하고 지역별·권역별로 동맹을 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배터리 순환경제 정책은 미래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접근을 해야한다"며 "환경부는 재활용 원료를 생산·공급하는 인증체계 마련·구축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재생원료 제품 생산을 독려하는 등 부처 간 협업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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