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직구에 KKKKKK 그리고 사사구 7개··· 어느 쪽이든 임팩트 확실했던 신영우의 1군 데뷔전

심진용 기자 2024. 5. 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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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신영우가 4일 인천 SSG전에 선발 등판해 공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 NC 다이노스 제공



3.2이닝 1피안타 2실점. 6삼진에 5볼넷. 그리고 몸에맞는공 2개.

4일 인천 SSG전, NC 신영우(20)가 1군 첫 등판에서 남긴 기록이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강렬했다. 압도적 구위만큼, 불안한 제구가 눈에 들어왔다. 장점도 약점도 그처럼 확실한 투수는 근래 많지 않았다.

1회 최지훈에게 선두타자 볼넷을 허용했다. 후속 추신수를 상대로 데뷔 첫 삼진을 잡았다.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적시타를 맞아 점수를 내줬지만, 고명준을 다시 삼진 처리하며 첫 이닝을 끝냈다. 2회는 삼자범퇴로 막았다. 삼진 2개를 추가했다. 3회 다시 볼넷으로 출발했다. 또 최지훈이었다. 최정에게는 1군 첫 몸에맞는공을 허용했다. 에레디아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내줬다. 4회 출발은 좋았다. 박성한을 투수 앞 땅볼, 하재훈을 삼진으로 잡았다.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한다면 데뷔 첫 등판에서 5이닝 소화까지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제구가 흔들렸다. 안상현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조형우는 초구부터 몸에 맞혔다. 포수 김형준이 마운드 위로 올라왔지만 제구는 돌아오지 않았다. 최지훈에게 4구 연속 볼을 던졌다. 4회 2사에 주자 만루를 만들고 내려왔다. 구원 등판한 서의태가 뒤 타자 추신수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1군에서도 통하는 공이란 건 분명했다. 최고 구속 154㎞, 분당회전수(RPM·트랙맨 기준) 2633을 찍은 빠른공에 상대 방망이가 연신 헛돌았다. 시속 140㎞를 넘나드는 슬라이더와 빠르게 비행하다 뚝 떨어지는 포크, 각도 큰 커브도 위력적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장점 만큼 제구 약점이 도드라진 것도 사실이었다. 이날 신영우의 투구 수는 모두 78개. 스트라이크가 38개였고, 볼이 그보다 2개 더 많은 40개였다. ABS존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아쉬운 볼’은 많지 않았다. 강력한 구위 덕에 존 근처로만 공이 형성되면 파울이 나오거나 헛스윙이 나왔다. 볼로 잡힌 공 대부분이 존을 크게 벗어났다. 사방으로 날아오는 공을 잡기 위해 포수 김형준이 여기저기로 몸을 날려야 했다. 이닝마다, 타자마다 제구 편차도 컸다.

NC 신영우가 4일 인천 SSG전 선발 등판해 위기에 몰리자 김수경 투수코치와 동료 야수들이 마운드에 모여 격려하고 있다. NC 다이노스 제공



경기는 NC가 8-6으로 이겼다. 승패 없이 첫 등판을 마친 신영우는 프로 첫 삼진이 누구였는지 기억하느냔 말에 쑥스럽다는 듯 웃을 뿐 답하지 못했다. 적지 않게 긴장했고, 많이 집중했다는 얘기다. 오히려 4회 마지막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신영우는 첫 등판 점수를 메겨달라는 말에 “35점”이라고 했다. 그는 “포크볼이 평소보다 많이 말려 들어 갔다”며 “퓨처스에서는 포크볼을 위닝샷으로 주로 사용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볼넷과 몸에맞는공을 생각보다 더 많이 내준 것도 당연히 아쉬웠다.

신영우는 지난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66이닝 동안 83삼진을 잡는 동안 볼넷 89개를 내줬다. 올 시즌엔 16.2이닝 동안 26삼진에 볼넷이 5개다. 9이닝당 삼진율이 11.3개에서 14개로 늘었고, 볼넷 허용률은 12.1개에서 2.7개로 줄었다. 퓨처스리그 기록이고, 그 와중에 몸에맞는공 6개를 내준 게 흠이지만 1년 만에 지표가 크게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신영우는 전날 갑작스럽게 선발 등판 통보를 받았다. 이재학이 오른쪽 광배근 근육 긴장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C팀(NC 2군)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소식을 들었고, 곧장 차로 인천까지 올라왔다. 신영우는 “일단 기분이 너무 좋았고, 빨리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했다. 1군 선수단에 합류하면서부터 긴장도 들었지만 한재승, 서의태 등 형들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줘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고 했다.

신영우는 2023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로 NC의 지명을 받았다. 10년 만의 첫 전면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뽑힌 대형 유망주다. 그간 빈약한 연고지 선수층 탓에 신인 지명에 고충이 컸던 NC 입장에선 의미가 남다르다. 즉시전력감보다 가진 잠재력에 비중을 두는 NC 특유의 드래프트 기조가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NC 신영우가 4일 인천 SSG전에 선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NC 다이노스 제공



구단은 장기적으로 바라본다고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 조바심이 나지 않을 수는 없다. 같은 해 뽑힌 1라운드 나머지 9명이 차례로 1군 데뷔를 했다. 최근에는 경남고 시절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던 ‘절친’ 김범석(20·LG)이 타격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마지막 남은 게 그였다. 신영우는 “요즘 중계 볼 때마다 동기들이나 후배들이 워낙 잘하고 있어서 사실 부럽기도 했다”면서 “늦게나마 출발을 했으니 동기들 따라 열심히 한 번 가보겠다”고 말했다.

신영우가 올 시즌 1군에서 얼마나 던질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선발 로테이션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고, NC는 어디까지나 선발로 신영우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불펜으로 쓰기 위해 1군에 남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제구 등 가다듬을 부분이 작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다만 강인권 감독은 “올해 최소한 5차례는 선발로 투입할 생각”이라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이날 경기 전에도 강 감독은 “신영우가 지난해 가을부터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 알고 있다”며 “경기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간 준비했던 걸 충분히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NC 신영우가 4일 인천 SSG전, 프로 첫 1군 등판을 마치고 더그아웃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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