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왕세자' 소현세자 묻힌 소경원, 정자각 건물 복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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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는 본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병을 얻었고 병이 난 지 수일 만에 죽었는데, 온몸이 전부 검은 빛이었고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에서는 모두 선혈이 흘러나오므로."
지난해 발간된 '고양 소경원 정자각 터 등 시굴 및 정밀 발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현세자 무덤에는 정자각과 의례용 장소인 재실, 제수를 준비하는 수라간 등이 조성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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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한국전쟁 때 소실 이후 '비공개'…"조선왕릉 능제 복원"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세자는 본국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병을 얻었고 병이 난 지 수일 만에 죽었는데, 온몸이 전부 검은 빛이었고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에서는 모두 선혈이 흘러나오므로…."
인조실록 1645년 6월 27일 기사는 세자의 죽음에 대해 이같이 전한다.
조선의 16번째 임금인 인조(재위 1623∼1649)의 맏아들, 소현세자(1612∼1645)의 이야기다.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던 왕자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9년간의 타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지 몇 달 안 되어 벌어진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볼모 생활부터 의문의 죽음까지 드라마와 영화에서 여러 차례 소재를 다뤄지기도 한 '비운의 왕세자', 소현세자가 묻힌 소경원(昭慶園) 일대가 제 모습을 찾는다.
5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산하 궁능문화재분과는 최근 회의를 열어 경기 고양 서삼릉 안에 있는 소경원의 정자각(丁字閣) 복원·정비 계획을 논의했다.
정자각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봉분 앞에 한자 '정'(丁) 자 모양으로 지은 건물이다.
1645년 소현세자의 무덤을 조성하는 과정을 기록한 '소현세자묘소도감의궤'(昭顯世子墓所都監儀軌) 등에 따르면 소경원 정자각은 1645년에 처음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성 당시 '소현묘'(昭顯廟)라고 칭했으나 고종(재위 1863∼1907) 대인 1870년에 소경원으로 격상됐다.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건물이 소실됐으며, 이후 비공개 지역으로 관리돼 왔다.
문화재청은 이르면 올해 7월, 늦어도 하반기에는 정자각 복원 공사에 나설 계획이다.
정자각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정전과 정면 1칸, 측면 2칸의 배위청을 붙은 형태로 지으며, 현재 남아있는 월대를 해체해 다시 설치한 뒤 주변을 정비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조선 왕릉의 능제(陵制·능을 조성하는 양식)를 복원하기 위해 한국 전쟁으로 소실된 소경원의 정자각을 복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복원 기준은 1645년 모습으로 정해졌으나 일부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발간된 '고양 소경원 정자각 터 등 시굴 및 정밀 발굴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소현세자 무덤에는 정자각과 의례용 장소인 재실, 제수를 준비하는 수라간 등이 조성돼 있었다.
정자각은 묘역으로부터 남서쪽으로 약 65m 떨어진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초 열린 사전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소경원 정자각이 1870년에 재건된 점을 지적하며 "복원 설계 원칙에 대한 기준 및 방향 수립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회의에서는 현재 남아있는 기단석 등 유구(遺構·옛날 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자취)를 토대로 복원하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체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기준 시점으로 1645년을 제시한 근거를 명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해야 한다"며 "일제강점기 당시 촬영한 사진 자료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공사 입찰, 자문 과정 등을 고려하면 복원 공사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소현세자묘소도감의궤' 내용이 100% 완벽하게 해석된 게 아니다 보니 연구할 부분도 많다"며 "자문단을 꾸며 의견을 논의하며 복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조선 왕실이 조성한 원(園)과 묘(墓)를 단계적으로 정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원과 묘는 왕릉보다는 낮은 단계 무덤이다. 원에는 왕비로 추존되지 못한 사친(私親·종실에 들어가 대통을 이은 국왕 부모)을 비롯해 세자·세손 등이 묻혔고, 묘에는 나머지 왕족이 매장됐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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