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경영권 분쟁 드라마 만드는 '아워홈 장녀'의 변심
[편집자주] 2015년 이후 아워홈 경영권을 두고 오너 일가의 장남 구본성과 막내 구지은의 뺏고 뺏기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4남매의 지분 구조 상 누가 누구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판세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년간 아워홈의 경영권 싸움에는 배임과 횡령, 고소와 맞고소, 배신과 반전이 난무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드라마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워홈 일가 경영권 분쟁 당사자는 장남과 3녀지만 캐스팅 보트는 경영과 거리가 먼 전업주부 장녀 구미현씨가 쥐고 있다. 남매의 난이 더욱 드라마틱해진 이유다. 아워홈의 지분은 장남 구본성 38.56%, 장녀 미현 19.28%, 차녀 명진 19.6%, 삼녀 지은 20.67%를 보유하고 있다. 4남매 중 과반을 확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분율 구조상 누가 누구와 연합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결정된다.
구 부회장은 경영권 수성을 위해서 언니들과 연합이 절실하다. 차녀 구명진은 막내와 굳건히 연대하고 있으나 장녀가 오빠와 막내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판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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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으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93억원이었지만 구 전 부회장과 미현씨는 각각 299억원, 149억원을 챙겼다. 두 남매가 배당금을 조금만 양보했어도 적자는 면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21년 구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 논란을 일으키며 재판을 받게 되자 둘의 연대도 깨질 수밖에 없었다. 2021년 미현씨는 막내의 손을 들어주었고 구지은 부회장이 다시 대표 자리에 올랐다.
마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고 2021년 구 부회장은 경영 정상화를 명목으로 본인을 포함한 주주들에게 무배당을 선언했다. 이 결정으로 아워홈 부채비율은 2020년 197.8%에서 2021년 113.2%로 떨어졌다.
반면 직원의 임금은 큰 폭으로 인상하고 성과급도 지급했다. 어려운 시기에 고생한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회사의 적자를 외면하고 수백억원 대의 배당금을 챙긴 언니 오빠의 행적과 대조된다.
배당금으로 생활하던 미현씨는 무배당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듬해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022년 구 전 부회장과 미현씨는 총배당금으로 각각 2966억원과 456억원을 요구했다. 당시 아워홈 순이익은 255억원이었다. 장남은 아워홈 순이익의 10배, 장녀는 2배 이상의 배당금을 요구한 것이다.
구지은 부회장이 제시한 배당금은 30억원이었고 결국 구 부회장의 안건이 통과됐다.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2023년에도 구 부회장이 제안한 총배당금은 60억원 규모에 그쳤다. 지난해 미현씨가 받은 주주 배당금은 12억원이었다. 구본성 대표 시절에 비해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금액이다.
이에 대해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은 "당시 5000억원 이상의 이익잉여금이 누적된 상황이어서 지분매각의 효율성을 기하고자 배당 제안을 한 것"이라면서 "배당은 이익잉여금의 범위에서 모든 주주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지은 부회장도 2021년 6월 경영권을 장악하기 전에 꾸준히 고배당을 요구해왔다"며 "2020년 456억원, 2021년 775억원의 배당금 지급은 모두 구지은 부회장이 적극 찬성해 이뤄졌다"고 부연했다.
또 "당시 구지은 부회장이 이사보수한도를 150억원으로 제시한 것과 비교해 볼 때 회사의 건전한 운영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구 전 부회장은 장녀의 불만을 파악하고 발 빠르게 포섭에 들어갔다. 자신과 연대하면 회사를 매각하고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겠다는 것이 구본성의 공약이었다. 미현씨는 즉시 오빠와 손을 잡고 지분 매각에 나섰다.
두 사람이 지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한 라데팡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아워홈의 기업가치는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구 부회장의 노력 덕분에 빠르게 경영 정상화가 이루어졌고 최근 실적이 계속 상승하는 데다 글로벌 매출까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 1조9835억원, 영업이익 943억원, 순이익 707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사상 최대치다. 기업가치 2조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미현씨의 지분 가치는 4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재점화된 4차전에서 미현씨가 장남과 다시 연합한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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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7일 구 전 부회장은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고 자신의 아들 재모씨와 전 중국남경법인장 황광일씨의 사내이사 선임, 본인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할 것을 안건에 올렸다. 두 남매가 약속이나 한 듯 자신과 가족을 이사로 제안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주총회 결과에 대해 "미현씨가 개인의 영리에만 목적을 두고 의사 결정을 여러 차례 번복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주주 역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워홈 노조 역시 성명서를 내고 장남과 장녀를 비판했다. 노조는 "대주주들이 사익을 도모하고자 지분매각을 매개로 손을 잡고 아워홈 경영과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회사 성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본인의 배만 불리는 구본성 전 부회장은 대주주로서 자격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미현씨가 사내이사 후보로 두 명만 올린 것에 대해 다른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자본금 10억원 이상인 법인은 사내이사가 최소 세 명 이상이어야 하는데 두 명만 올린 것은 협상의 여지를 남긴 게 아니냐는 것이다.
상법 제386조에 따르면 법률에 정한 이사의 수를 갖추지 못한 경우 임기 만료 또는 사임으로 퇴임한 이사가 새로 선임된 이사의 취임까지 이사로서의 권리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다. 구 부회장과 명진씨의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새로운 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두 사람이 계속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서 활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아워홈 드라마는 다음 임시주주총회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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