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막힌 미로, 경보기엔 이쑤시개…부산 노래방 예견된 참사[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오후 8시50분쯤. 출입문에서 가장 가까운 24번 방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천장 쪽 전선이 손상된 게 원인이었다. 24번 방에는 손님이 없어 사람들이 화재 사실을 인지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직원들의 미흡한 초기 대응은 화재를 키웠다. 이들은 손님들에게 불이 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자체 진화를 시도했다. 소방서에 신고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불길과 연기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래방 복도는 미로처럼 돼 있어 출입문을 찾기 어려웠다. 자욱한 연기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화재가 시작된 24번 방이 출입문과 가까워 탈출 통로도 차단된 상황이었다.
화재경보기도 울리지 않았다. 업주들이 경보가 울리지 않도록 이쑤시개를 꽂아 버튼을 강제로 고정해뒀기 때문이다. 술에 취한 손님들이 비상벨을 오작동시켜 영업을 방해한다는 이유였다.
노래방에는 창문이 하나도 없었다. 사실상 밀폐된 공간이었던 셈이다. 비상계단도 확보되지 않았고, 천장에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비상구 3개 중 2개로 이어지는 통로도 막혀있었다. 업주들이 더 많은 손님을 받기 위해 각각 노래방과 주류 창고로 불법 개조했던 것이다. 하지만 피난 안내도에는 비상구들이 정상적으로 표시돼 있었다.
부주의는 참사로 이어졌다. 불은 화재 발생 1시간여 만인 오후 10시쯤 진화됐다. 당시 근무 중이었던 업주와 직원 등 5명은 모두 현장을 빠져나왔지만, 노래방에서 우왕좌왕하던 손님 9명은 결국 출구를 찾지 못하고 질식해 숨졌다. 25명은 부상을 입었다.
노래방 공동 업주 4명은 업무상과실치사죄 등으로 기소됐다. 3명은 징역 3∼4년, 1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이 부산시와 건물주, 노래방 업주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사고 관련자들이 80%의 책임을 지고, 총 17억1000만원을 유족들에게 배상하라고 했다.
2심 재판부는 부산시와 노래방 업주들의 책임을 90%로 더 무겁게 판단, 총 19억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건물주에게는 관리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배상 의무가 없다고 봤다. 2016년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화재 이후 정부는 건축법 시행령 일부를 개정해 사용 승인일로부터 10년이 지난 건축물 소유자나 관리자는 2년마다 정기 점검을 실시하도록 했다. 소방방재청은 노래방 같은 다중이용업소에는 화재 시 연기를 내보낼 수 있는 배출구 설치를 의무화했다. 내부 칸막이나 천장 시설에도 불연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안전 기준을 강화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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