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슐리안 주먹도끼 매개로…주민과 관광객, 고고학자, 예술가 한자리에[2024 연천 구석기축제]
한반도 최초의 인류가 살았던 선사의 도시 연천이 축제의 열띤 분위기로 들썩이고 있다.
‘제31회 연천 구석기축제’ 행사 둘째날인 4일, 20만㎡의 전곡리 유적지 축제장엔 아슐리안 주먹도끼라는 인류의 유산을 매개로 지역주민과 관광객, 전 세계의 고고학 전문가들과 예술가가 모여 들었다.
■ 유적지에서 지역을 느끼는 연천 고유 향토문화 한마당
전곡리 유적지에서 열리는 연천 구석기축제의 행사엔 향토 문화가 함께 어우러져 의미를 더했다.
축제의 구성은 단순한 나열식 행사가 아닌 ‘아미산울어리’와 ‘재인폭포전’ 등 연천 고유의 향토 문화와 설화를 바탕으로 한 공연, 또 지역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전곡리 유적지를 찾은 이들이 구석기 유적은 물론 연천을 이해하고 들여다 볼 수 있게 구성됐다는 점이 돋보였다.
둘째 날의 분위기는 이날 정오께 열린 연천 민속놀이 ‘아미산울어리’의 신명나는 사물놀이 공연이 본격적으로 달궜다. 아미산울어리는 연천군의 향토문화재 제10호로 연천군 미산면 지역에 전승되는 농요로 산에서 나무를 채취하며 부르는 노래다. 행사장을 찾은 어른들은 물론 어린이들도 연천의 향토 문화와 놀이를 마음껏 만끽하며 덩달아 흥겨워 했다.
이날 오후 1시30분부터 메인 무대에선 ‘제5회 연천군 전국 청소년 댄스 경연대회’가 열렸다. 불볕더위 보다 더 뜨거운 청년들의 열정으로 현장의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관람객들은 뜨거운 햇빛에도 객석에 빼곡히 앉아 청소년들의 넘치는 끼와 열정의 무대를 함께 했다.
전국에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12팀이 무대에 오른 가운데 영예의 대상은 안산시 ‘노 플립(NO PLIP)’ 팀에게 돌아갔다. 청년들이 재능을 발산하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마련된 무대엔 김덕현 연천군수와 심상금 연천군의회 의장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객석에서 청년들을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행사장 입구에선 헬로맨 작가 그래피티 아티스트 범민(BFMIN)이 라이브페인팅을 첫째 날에 이어 선보였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범민은 즉석에서 자신의 헬로맨 캐릭터를 구석기 시대와 결합한 작품을 선보이며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과 예술의 묘미를 느끼게 했다.
■ 30만년 전 구석기 시대 인류의 삶 오롯이…선사 체험 프로그램 ‘다채’
구석기 시대라는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특히 참여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1m가 넘는 나무에 돼지고기를 꽂아 숯불에 직접 구워 먹는 ‘구석기 바비큐’, 석기 제작, 막집 만들기, 불 피우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선사체험 마을’, 구석기의 최첨단 주먹도끼를 사용하는 전곡리안과 21세기의 최첨단 인공지능(AI) 로봇강아지가 함께하는 퍼포먼스 ‘로봇강아지와 전곡리안’, 실전활쏘기 시연·체험 등은 유적지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구석기 시대로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구석기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인 ‘세계구석기 체험마당’은 둘째 날에도 여전히 체험객들로 북적였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스페인,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독일, 네덜란드 등 8개국의 고고학자들은 각자가 준비한 선사 체험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알렸다.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된 구석기 놀이터에서 열린 ‘구석기 올림픽’도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통나무다리 건너기, 매머드 돌아 달리기, 창 던지기 코스로 구성된 구석기 올림픽은 아이와 특별한 추억을 남기려는 부모들의 열띤 참여로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후 5시 구석기 올림픽의 마지막 회차에는 20여팀의 가족이 경기에 참여했다. 이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통나무다리 건너기, 매머드 돌아 달리기, 창 던지기 코스를 이어나가며 가족만의 특별한 추억을 남겼다.
■안전하고 즐거움·배움이 있는 축제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오후 6시엔 연천의 또 다른 향토 문화예술 공연이 공개됐다.
이날 연천 재인폭포 설화를 바탕으로 한 마당놀이 ‘재인폭포전’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재인폭포는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대표 지질명소로, 재인(才人)이라는 줄타기 장인의 이름에서 재인폭포가 유래했다. 지난해 연천 재인폭포를 배경으로 열렸던 공연이 전곡리 유적 축제장으로 옮겨졌다.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지난해 재창작된 공연으로 줄타기 재인의 연인 연홍이의 미모에 반한 신관 사또가 음흉한 계략을 세우고, 이에 맞서 주인공들이 난관을 헤쳐나가는 내용이다.
특히 이날 무대는 신명나는 우리나라의 가무악이 관람객들의 흥을 돋우고 20여명의 연희 전문 배우들이 출연해 마당놀이의 진수를 선보였다. 관람객과 바로 밀접한 공간에서 열리는 만큼 관객 참여형 공연으로 흥겨웠고 관람객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배우들은 신명나는 줄타기 공연과 함께 연천군의 자랑거리를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알리는 대사와 풍자와 해학이 담긴 무대를 선보여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했다.
수원에서 가족과 함께 축제장을 찾은 김현민씨(42)는 “볼거리가 가득한 무대와 관객과 배우가 함께 주고 받는 우리 전통 마당놀이를 오랜만에 보게 돼 신기하고 재밌었다”며 “아이들에게도 평소에 보기 어려운 색다른 공연을 보여준 것 같아 좋았다”고 웃음 지었다.
행사 셋째 날인 5일엔 상시 프로그램은 물론 어린이날을 맞아 인형극(오후 2시~3시), 청화예술대학공연(오후 4시~6시), 김필과 안다은이 출연하는 ‘하나투어공연’(오후 8시~10시)이 이어진다. 다만 우천 시 프로그램이 축소 운영될 수 있으며, 입장료 또한 어른과 어린이 모두 무료다.
연천군 관계자는 “안전한 행사를 위해 폭염에 대비해 축제장 곳곳에 급수대를 마련해 놓았고, 우천 시 안전한 행사를 위해 프로그램 조정과 행사장 시설물 관리 등을 계획해 놨다”며 “날씨 변화에도 긴밀하게 대응해 안전하고 편안한 축제를 즐기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구석기축제 이모저모
○…구석기 시대 체험 ‘동굴 테마관’, 온종일 어린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져 인기 만점.
동굴 테마관에는 동굴속 선사 시대를 엿볼 수 있는 10개 테마별 영상시설을 설치, 원시인들의 생활을 간접 체험. 영상은 고고학자가 구석기 시대를 재현하거나 재밌고 유익하게 설명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원시인들이 불을 지피고 매머드 단체 사냥을 위해 바위 뒤에 숨은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기도.
‘기억의 기로’에는 구석기 시대 토기, 도자 등을 활용한 다양한 포퍼먼스를 선보여 청소년들과 어르신들의 발걸음을 유도. 기획전 ‘고기-숫자로 보는 고기’는 소, 돼지, 닭 등 한국인들의 1년 소비량을 숫자로 표현해 눈길. 무분별한 도축으로 인한 동물자원고갈→환경오염→사람살기 힘든 환경→동물불행으로 이어질수 있는 악순환을 경고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기후·환경보호의 중요성도 교육.
○…“우리가 최고” 전국 플래시몹 경연대회, 본선 1차 우승 경쟁 치열
제31회 연천 구석기축제 둘째날인 4일 전국 플래시몹 경연대회 본선 1차 대회가 축제장 입구 야외무대에서 성황리에 진행.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열린 1차 본선에는 전날 예선을 통과한 의정부 두빛나래예술단의 ‘고고장구’, 부천 알케인의 ‘치어리딩’, 동두천 송내동 실버태권도시범단의 ‘태권도’, 동두천 아리랑보존회의 ‘국악’ 등 4팀이 우승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
이들의 경쟁을 지켜본 관람객들도 큰 박수로 응원하며 화답. 동두천에서 온 주부 김성연씨(54)는 “우승을 위한 선수들의 강렬한 눈빛에 감동 받았다. 누가 우승하든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라며 성공적인 축제를 기원. 우승 상금 1천만원의 주인공을 가릴 준결승 및 결승대회는 구석기축제 마지막 날인 6일 축제장 메인무대에서 펼쳐질 예정.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송진의 기자 sju0418@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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