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휴진에 속 타는 병원 노동자들…“수술·진료 연기 안내하면 욕설부터” [오늘의 정책 이슈]
정부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집단이탈하고 병원을 지키던 교수들마저 휴진·사직에 나서자 환자들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주요 ‘빅5’ 병원의 한 간호사는 다른 직원들의 고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병원에서 의사 외엔 모두 ‘순한 맛’으로 일하는 분들”이라며 “사태 초기엔 환자들도 수술·진료 연기 등을 이해했지만 넉달째가 되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교수들의 휴진은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더 늘고, 간헐적 휴진에서 정기 휴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주요 ‘빅5’ 중에선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교수 일부가 전날 과로로 인한 피로 누적 등을 이유로 휴진했다. 특히 울산대학교 산하 3개 병원(서울아산병원,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 교수들은 전날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에 대해 집단 휴진 및 시위에 나섰다.
앞서 ‘빅5’에 포함되는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도 지난달 30일 휴진했고,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초과 근무 여부에 따라 개별적으로 1주일에 하루 휴진하기로 했다.
‘빅5’ 병원의 일부 교수들이 휴진에 나서면서 전국 다른 병원들의 교수들도 점차 휴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다만 의대 교수단체가 주1회 휴진을 의결하고 일부 교수들이 전날 휴진을 이어갔지만 전면적 진료 중단 등 큰 혼란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부터 휴진이 예고됐고 정부도 예의주시했지만 현장에서 병원 차원의 휴진이 있거나 그런 것은 없었고 일부 교수들의 개인적 차원의 휴진이 있었던 것은 확인됐다”면서 “앞으로도 동일하게 병원 차원에서의 휴진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별적 차원의 휴진은 그간 소진도 많이 된 분야도 있었기 때문에 휴식도 필요한 교수들이 많이 있다”며 “그래서 환자들 불편이 없도록 미리 안내해 환자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병원과의 협조 관계도 충실히 이행하고, 실제로 휴진이 어떻게 구성·운영되는지 계속 예의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대 교수들의 휴진이 늘면서 속앓이하는 환자들이 폭증하고 있다. 2월20일 전공의 집단사직 후 수술이 평균 세 차례 이상 밀린 환자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통상 ‘빅5’ 병원은 하루 7000∼1만건의 진료가 잡히는데, 진료가 연기되면 방문시 이뤄지는 각종 검사 일정까지 덩달아 조정된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는 최근 5일간 1만2000여건의 진료 등이 밀렸다고 밝혔다. 어떤 병원은 1주새 최대 3만건에 가까운 일정이 미뤄졌을 것이란 추측까지 나온다.
‘빅5’ 병원의 한 수간호사는 최근 심장에 이상을 느꼈지만 병원의 밀린 진료 탓에 개인병원에서 심전도검사를 받았는데, 근무하는 병원에서 진료받으라는 소견서에도 두 달 뒤에야 겨우 진료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수술 및 진료가 연기되자 간호사 등 다른 병원 노동자들은 환자들의 폭언과 욕설에 시달리고 있다. 또다른 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은 교수들에겐 저자세이지만 수술·진료 예약 등을 하는 간호사 등에겐 거침이 없다”며 “진료 연기를 안내하다 환자 폭언을 20분 넘게 참아내다 울면서 전화를 끊는 직원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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