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전시위 ‘외부 선동가 개입’ 의혹…중·러서 갈등 증폭 시도 정황도 [이슈+]
NYT “중국·러시아·이란, 온라인서 미국 대학시위 갈등 증폭 시도” 정황
미국 대학가에서 격화하고 있는 친(親)팔레스타인 반전 시위에 전문 선동가 등 외부인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P통신 자체 집계에 따르면 미 대학가 친팔 시위로 인해 지금까지 체포된 인원은 2000명을 넘겼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반전시위 진앙지인 뉴욕 컬럼비아대와 인근 뉴욕시티대에서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의 명단을 분석한 결과 대학과 관련 없는 외부인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두 대학에서 체포된 이들에게는 절도, 무단침입, 무질서 행위, 체포 저항, 공무집행방해 등 다양한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 내부 문건에는 전국을 돌며 반정부 시위를 벌여 체포된 경력이 있는 40세 남성도 연행자 명단에 들어 있었으며, 시위대에서 그의 역할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NYT는 전했다. 또 인근에 거주하는 한 남성도 포함됐고, 버몬트대 출신이라는 한 여성은 자신을 ‘시인이자 농부’로 소개하기도 했다.
컬럼비아대 해밀턴홀을 점거한 시위대가 장기 농성을 준비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이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면 시위대는 전자레인지와 전기 주전자, 침낭 등을 준비했으며, 매점으로 활용한 강의실에서는 채식주의자용 식품을 따로 팔기도 했다. 다른 강의실에서는 2시간 교대 보초 근무표가 발견됐다. NYT에 따르면 현장에는 ‘정치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등의 중국 마오쩌둥 혁명 구호 3개가 적혀 있기도 했다. 시위대가 해밀턴홀 점거 후 농성을 준비하는 과정 등에서 이번 점거가 신중하게 조직됐다는 점도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 강제 해산 및 연행 과정에서 경찰이 지나치게 폭력적이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시위대 측은 해밀턴홀 정문 바깥쪽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밀치고 끌어당기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대학 학보사인 컬럼비아 스펙테이터는 경찰이 시위대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철제 바리케이드로 내리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폭력 시위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직접 경고한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 진압 과정에서 섬광탄과 고무탄을 쏘고 총까지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진압 현장을 중계한 CNN 방송에는 경찰이 섬광탄을 쏘는 장면이 포착됐다. CNN은 경찰이 UCLA 캠퍼스에서 고무탄으로 보이는 총알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뉴욕의 지역언론인 더 시티는 지난달 30일 컬럼비아대 시위 진압에 관여한 경찰관이 시위대가 점거하고 있던 해밀턴홀에서 총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허위정보 추적 사이트 뉴스가드가 집계한 이들 3개국 국영 언론의 미 대학가 시위에 관한 영어 기사는 지난 2주간 약 400건에 이른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또한 엑스(X·옛 트위터), 텔레그램 같은 플랫폼의 허위 계정이나 봇을 통해 미국 내 갈등에 관한 콘텐츠를 확산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서방 언론기관을 모방해 만든 웹사이트도 동원했다.
내용을 보면 중국 정부의 가짜 정보 캠페인 ‘스패무플라주’(spamougflage)와 연계된 엑스 계정들은 미 대학생 시위와 관련한 포스팅에서 “(미국이) 전체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이렇게 난폭한 경찰이 있다니” 등의 내용을 썼다. 팔로워 1만8000명의 한 계정은 경찰의 대응을 비판하는 파키스탄 주재 중국 외교관의 포스팅을 리트윗했다. 해당 계정의 프로필 사진은 K팝 걸그룹 멤버의 사진 이미지였다. 위치는 미국이지만 일반적으로 아시아 낮 시간대에 게시물이 올라왔고, 문법 오류가 자주 발견됐다고 NYT는 전했다.
정보 조작을 연구하는 저먼마셜펀드의 브렛 셰이퍼 선임연구원은 중국과 러시아, 이란의 동기는 다르지만 이들 모두 미국에 대한 인식을 깎아내리는 이야기를 강조함으로써 이익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또한 이런 외부 세력들이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당파적 긴장을 키우고 민주주의를 폄하하며 고립주의를 조장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다만 연구원들은 이러한 온라인 게시물에서 시위를 조직하거나 폭력을 유발하려는 직접적인 노력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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