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개체수 감소에… 소수 민족 “전통 장례법 맥 끊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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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파괴로 독수리 개체 수가 줄면서 인도, 이란, 파키스탄에서 소수 종교를 믿으며 생활하는 신자들이 전통 장례법인 조장(鳥葬)을 포기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파키스탄 카라치의 조로아스터교도(파루시)들이 전통 장례를 위해 사용해 온 조장터 '침묵의 탑(다흐마)' 두 곳이 제 기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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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카라치 주민 호상 카파디아는 “우리는 더는 우리의 전통을 이어갈 수 없게 됐고, 삶의 방식과 문화를 잃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파루시는 전통적으로 사람이 죽으면 그 시체를 다흐마로 옮겨 장례 의식을 치른다. 장례식이 끝나 사람들이 자리를 비우면 수십 마리의 독수리와 까마귀가 탑에 모여들어 시체를 뜯어먹는다. 이를 통해 파루시는 죽은 이의 육체가 새에 의해 하늘로 운반된다고 생각했다.
카파디아는 조장의 목적은 “덜 받고 더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땅을 오염시키지 않고, 시신까지 전부 자연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조장이 이뤄지는 공간인 다흐마 자체도 죽은 이의 육체가 자연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됐다. 새들이 뜯어 먹고 남은 뼈는 햇빛과 바람에 닳고, 탑의 석회가 유골의 분해를 촉진하면서 남은 물질은 빗물과 함께 석탄과 모래로 걸러진 뒤 바다로 씻겨 내려간다.
다른 동물의 사체를 먹는 동물은 많지만, 독수리는 상황에 따라 ‘포식’과 ‘청소’ 사이를 오가는 것이 아닌 이미 죽은 동물 사체에만 의존하는 독특한 식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인도 전역에서 독수리가 대량으로 사라지고 있는데, 이는 주로 인도·파키스탄에서 소에게 광범위하게 투여되는 항염증제 디클로페낙에 의한 중독 때문으로 추정된다.
디클로페낙은 가축 치료에 널리 사용됐던 비(非)스테로이드성 소염제다. 이 약물이 투입된 소의 사체를 먹은 독수리는 부종과 염증에 시달리다 결국 신부전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된다. 2007년 한 연구에 따르면 인도와 주변 지역의 주요 독수리 3종 중 약 97%가 디클로페낙 중독으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 네팔, 파키스탄 정부는 독수리 보호를 위해 디클로페낙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디클로페낙 판매·사용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청소부’ 독수리는 동물 사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수공통감염병인 브루셀라증, 결핵, 탄저균 등의 확산을 억제하고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데 일조한다. 독수리 개체 수 급감은 인류의 문화, 건강, 경제 활동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카파디아에 따르면 인도의 파루시 공동체들은 직접 독수리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일부는 독수리의 도움 없이 시신의 분해를 촉진하기 위해 다흐마에서 태양열 집광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맑은 날씨에만 사용할 수 있어 결국 시신을 땅에 묻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한다.
카파디아는 “최근 카라치의 파르시들은 화장이나 파르시 공동묘지 매장과 같은 다른 처리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새장에 독수리를 소규모로 가둬 장례를 치르자는 제안까지 나왔다”고 덧붙였다.
카라치에 남아 있는 파루시는 800여명 남짓이다. 이 도시에 남은 다흐마는 두 개뿐인데, 두 탑 모두 거의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시린은 “환경 변화가 빨라지는 시대에 우리 문화, 우리 전통이 죽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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