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 취임식 앞둔 대만, 중국과 신경전 점입가경 [차이나우]
20일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상대로 단체관광 재개 등의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장제스(蔣介石) 동상 철거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등 중국으로부터의 ‘문화적 독립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中, 친중 국민당 대화 파트너로… 군사 긴장도 지속
대만 정부는 양안 관광 전면 재개와 대만 농수산물 수입 금지 전면 해제 요구에 대해 중국이 제한적인 조치를 내놨다며 이는 ‘대등(상호) 개방 원칙’에 어긋난다며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와 별개로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군사 행동을 늘리며 양안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은 중국 군용기가 지난달 27일 대만 본섬에서 가까운 거리까지 바짝 접근해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장옌팅(張延廷) 예비역 대만 공군 부사령관은 중국 군용기가 북부 단수이 지역에서는 21해리(38.89㎞)까지 접근했다며 일반 전투기 속도를 고려하면 해당 비행 지역에서 단수이까지 2분, 총통부 상공까지는 3∼4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명보는 라이 당선인 측이 중국과 정면 대결을 피하면서도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과의 연대를 배경으로 문화적 독립 의지를 꺾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라이 당선인의 민진당은 1949년 국공 내전에 패해 대만에 들어와 집권했던 국민당 세력이 아닌 대만 원주민의 지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
문화적 대만 독립 주장은 급진적인 독립 시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양안 현상 변경에 반대하는 미국 입장에도 부합한다.
최근 대만에서 일고 있는 장제스 전 총통 동상 철거 움직임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23일 대만 정부가 전국 공공장소에 설치된 760개의 장 전 총통 동상 철거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2016년 집권한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2018년 장 전 총통 934개를 철거하기로 결정했지만 일각의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했다. 그러던 것을 이번에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장 전 총통은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끄는 중국 인민해방군에 패해 1949년 대만으로 건너온 뒤 1975년까지 대만을 통치했으며 아들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은 부친의 뒤를 이어 1978년부터 1988년까지 집권했다.
이와 관련해 명보는 라이 당선인의 집권 플랜이 담긴 총통 취임사에 ‘문화적 대만 독립’이라는 문구가 포함될지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시아연구소의 딩수판(丁樹範) 명예교수는 “미국이 연말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갈등이 생기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만해협 긴장이 더 고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라이 총통 취임사에 문화적 대만 독립 의지가 서술될지와 그럴 경우 그 수위가 어떨지가 관심거리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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