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연출하고 출연자 섭외·편집까지… “발전 가능성 무서워” [S스토리-문화계로 뻗어간 AI]
거문고 명인과 협연하고 작곡 참여도
미술계선 이미지 생성 후 작품에 활용
음성·영상제작 등 문화계 대혁명 예고
전문가 “완벽하진 않지만 가능성 커”
생성형 AI의 강점 ‘비용·의외성’ 평가
문화 확산의 생산·효율성 증대 기대
“얼마나 다룰줄 아느냐가 미래 결정”
◆어느새 곁에 온 AI 창작물
글을 쓰고 음성·영상을 만들 줄 아는 AI는 문화계 전반에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적 영화감독 제임스 캐머런은 지난달 “언젠가는 첨단 AI 시스템이 감독의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나오고 있다.
방송계는 AI 활용의 최전선에 있다. 올해 3월까지 방송된 MBC 예능 ‘PD가 사라졌다!’는 AI가 연출했다. 출연자 섭외부터 진행, 편집, 출연료 산정을 모두 AI가 했다. KBS는 이달 10일 AI와 인간 가수 중 누가 노래를 불렀는지 가려내는 파일럿 예능 ‘싱크로유’를 방송한다. 뉴스·교양 프로그램에서 AI가 앵커나 진행자로 나선 지는 이미 오래다.
가요계도 AI 파고를 실감하고 있다. 올해 전남교육청이 연 ‘글로컬 미래교육 박람회’ 주제가 공모전에서는 AI가 작곡한 노래가 최종 선정됐다. 당시 심사를 한 작곡가 김형석은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위로 뽑힌 곡이 제법 수작이었으나 주최 측으로부터 오늘 AI를 사용해 만든 곡이란 통보를 받았다”며 “이걸 상을 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라고 난감해했다.
생성형 AI를 써 본 이들은 “지금은 완벽하지 않지만 발전 가능성이 무서울 정도”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영화 ‘아바타: 물의 길’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의 시각특수효과(VFX)에 참여한 미국 웨타FX의 김승석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는 “AI의 단점은 작업하면서 내가 원하는 부분만 고치고 싶을 때 결과물이 정확히 안 나오는 것”이라며 “한 시간 이상 클릭클릭하다가 결국 ‘내가 하고 말지’ 이렇게 된다”고 전했다.
허 교수는 “즉흥 연주는 인간의 즉흥성·원초성을 담은 음악이라 AI와 가장 대척점에 있다”며 “이번 공연에서 AI는 아직 열심히 보살피고 키워줘야 하는 음악적 어린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영화 ‘원 모어 펌킨’ 역시 배우의 동작이 단순하고 입 모양은 더빙한 듯 어색하다. 피부 표현도 다소 인공적이다. 권 감독은 “인간의 세밀한 움직임을 AI가 조작하지 못하는 등 영화 퀄리티로 보면 당연히 아직 부족하다”며 “오픈AI의 ‘소라(Sora)’는 실사 촬영과 구분이 안 될 정도라, 앞으로 ‘소라’가 일반에 공개되면 기존 기술을 뒤엎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소라’의 뛰어난 능력은 미국 배우 윌 스미스가 스파게티를 먹는 영상에서 단적으로 보여진다. 1년 전 AI 프로그램 ‘런웨이’가 만든 영상에서는 윌 스미스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엉망이지만 올해 ‘소라’가 만든 같은 내용의 영상은 실제 배우가 출연했나 싶을 만큼 정교하다.
생성형 AI의 강점은 비용과 의외성이다. 권 감독은 “AI로 전체 영화 제작비의 90% 이상을 절감한 듯하다”고 밝혔다. 최 PD 역시 “‘PD가 사라졌다!’를 찍을 때 작가가 없었고 카메라 감독 수가 반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오픈AI는 디자이너, 영화 제작자 등과 ‘소라’로 만든 영상 7편을 공개했다. 여기에 참여한 영화감독 폴 트릴로는 “시간, 돈, 다른 사람의 허락에 구애받지 않고 대담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데이터정책팀 전창영 책임연구원은 “사람이 AI에 의해 대체되는 게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사람, 기업에 의해 대체될 것 같다”며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경계가 생길 수 있기에 공공의 기술·인력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는 문화산업의 생산성·효율성을 증대하는 방향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며 “관건은 AI의 도움을 받아 더 좋은 창작물을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3년 전 ‘AI와 음악’이란 수업을 만들었다. 인간과 AI의 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틀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이런 방향 제시 없이 경제논리로만 가면 자꾸 인간을 대체시키려 할 것”이라며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도와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