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감독 생활은 힘들구나"…100승 최원호, 1000승 김응용·김성근 떠올렸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감독 생활 오래 하신 분들 존경스럽다."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이 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경기를 앞두고 100승을 달성한 소감을 말했다. 한화가 3일 광주 KIA전에서 4-2로 승리해 최 감독은 KBO 역대 57번째 100승 감독이 됐다. 감독대행 시절인 2020년 39승을 기록했고, 지난해 정식 감독으로 부임해 61승을 더 챙겼다. 지난해 47승, 올해 14승이다.
최 감독은 100승을 달성하기까지 순탄하지 않았던 과정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한화는 올 시즌 3월까지 7승1패 승률 0.875로 1위를 달리며 승승장구했지만, 4월 성적 6승17패 승률 0.261로 최하위에 머물며 고전했다. 5월에도 1승2패를 기록해 현재 시즌 성적 14승20패 승률 0.412로 8위에 머물러 있다. 감독의 100승 달성을 마음껏 즐기기 힘든 분위기였던 게 사실이다.
최 감독은 "대행 시절까지 승리를 계산하는 줄 몰랐다. 하다 보니까 100승을 하게 됐다. 1군에서 감독 생활은 힘들구나 생각한다. 여러 가지 새삼 느끼면서, 감독 생활 오래 하신 분들이 존경스럽다. 100승까지 가는 과정도 힘든데, 1000승을 하신 분도 계시니까. 오랜 기간 감독 생활을 하면서 우여곡절도 있으셨을 텐데 대단하시구나 새삼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KBO리그 역사상 1000승 고지를 밟은 감독은 김응용, 김성근 딱 2명이다. 김응용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 시절 통산 9차례 우승을 이끌었고, 1998년 6월 7일 무등 삼성전에서 역대 최초로 감독 1000승 대기록을 작성했다. 김응용 감독은 통산 2910경기에서 1554승(1288패 68무)을 거둬 역대 1위에 올라 있다. 2위는 김성근 감독으로 2651경기에서 1388승(1203패 60무)을 달성했다. '국민감독'으로 불린 김인식 감독은 978승(2056경기, 1033패 45무)으로 역대 3위다.
한화 선수단은 3일 경기가 끝난 직후에는 최 감독의 100승 사실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3일 승리를 이끈 투런포를 터트린 정은원은 "감독님께서 100승을 달성하셨나? 몰랐는데 다행이다. 감독님께서 작년에 부임하시고 내가 계속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서 실망시켜 드린 부분도 있을 것이다. 감독님의 100승 경기에 잘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선발투수 리카르도 산체스는 "감독님께서 나뿐만 아니라 우리 외국인 선수들을 다 같이 신뢰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린다. 오늘(3일)이나 내일 뵙게 되면 개인적으로 정말 100승 축하드린다고 말씀 전하고 싶다"고 했다.
경기장에서 최 감독의 100승 축하 행사를 진행하지 않은 대신 손혁 한화 단장이 3일 경기 뒤 숙소에서 최 감독에게 100승 축하 꽃다발과 케이크를 전달했고, 4일 경기에 앞서 선수단은 라커룸에서 또 꽃다발과 케이크를 전달하며 최 감독의 100승을 축하했다. 케이크는 에이스 류현진, 꽃다발은 주장 채은성이 전달했다.
류현진은 구단을 통해 "감독님의 100승을 누구보다 축하드리고 싶다. 선수단 모두 시즌 초반 좋은 분위기를 이어 가서 100승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는데, 팀이 침체된 분위기라 고참으로서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죄송할 따름이다. 다음 경기 선발인데 감독님께 앞으로 더 많은 승리를 안겨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축하 인사를 남겼다.
최 감독은 "어제(3일) 호텔에서 단장님이 꽃다발과 케이크를 주시고, 오늘 라커룸에서 선수단이 꽃다발과 케이크를 줬다. 감사할 따름이다. 한 경기 한 경기 가용할 수 있는 선수들 안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리할 수 있는 경기를 하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자신의 100승을 떠나 팀에 중요한 1승을 안긴 산체스와 정은원을 향한 칭찬이 이어졌다. 최 감독은 "산체스는 구속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전광판에는 155㎞까지 나와서 잘못된 줄 알았다. 그렇게 나온 적이 없으니까. 151㎞ 정도가 많이 나왔던 것 같은데, 한국에 와서 어제가 최고의 피칭이었다. 지난해를 다 합쳐도 제구도 좋고, 공 자체도 어제 최고였다"고 강조했다.
정은원과 관련해서는 "(정)은원이도 마음고생 많이 했다. 외야수 겸업을 하면서 어떻게 보면 본인 후배한테 2루수 경쟁에서 밀린 거니까. 자존심도 많이 상했을 것이고, 초반에는 타격도 뜻대로 안 돼서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힘든 시즌을 시작했다. 퓨처스에 가서 상당히 열심히 준비를 잘해서 평가도 상당히 좋았고, 올라와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어제 경기는 우리팀으로 봤을 때 상당히 중요한 경기였다. 결정적 홈런을 쳐서 그 홈런을 계기로 좋은 타격 페이스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화는 최인호(좌익수)-정은원(중견수)-요나단 페라자(우익수)-노시환(3루수)-안치홍(1루수)-문현빈(2루수)-채은성(지명타자)-박상언(포수)-황영묵(유격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선발투수는 이태양이다.
최 감독은 채은성의 타순을 7번까지 내린 것과 관련해 "타격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 있어서 타순을 조금 더 내리자는 의견이 있었다. 7번에서 편하게 쳤으면 한다. 그래도 경기를 통해서 극복해야 하니까. 몸에 이상만 없으면 안치홍, 채은성, 노시환, 페라자는 경기에 나가야 한다. 자주 빼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이날은 하위 타순에서 부담을 조금 내려놓고 타격을 하길 바랐다.
마운드는 이태양을 시작으로 불펜데이로 운영한다. 문동주가 부진해 2군으로 내려간 여파다. 이태양은 50구 정도 투구를 계획하고 있다. 이후로는 경기 상황에 따라 불펜 총력전을 펼친다. 최 감독은 "오늘은 불펜이 모두 대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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