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급발진 인정'…소비자 입증에 좌절
[앵커]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아파트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차량의 주인이 법적 대응을 예고했지만 실제로 '급발진'이 인정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비전문가인 소비자가 사고 원인을 직접 밝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승욱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흰색 차량이 천천히 후진하더니,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며 서 있던 차들과 부딪힙니다.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표시등이 여러 번 들어오지만 멈추지 않고 질주합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입니다.
경비원이 입주민의 차를 대신 운전하던 중 차량 12대를 들이받았는데, 차량의 주인과 경비원은 운전자 과실이 아닌 급발진 사고라며 제조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차량 주인 (지난 2일)> "합리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모든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다 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조사 또는 법원으로부터 급발진을 인정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상황입니다.
현행 제조물책임법상 제조사에 입증 책임을 지우기 위해선 전문성이 없는 소비자가 과실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재판은 길어지고, 급발진 인정 사례도 단 한 건도 없습니다.
2022년 12월 강원도 강릉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로 숨진 이도현 군 사건도 1년 반이 지났는데 결론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곽준호 / 변호사> "(정상적으로 운행했으면) 그 차량에 결함이 있다고 추정하게끔 되어 있거든요. 이런 규정에도 소비자의 과실, 즉 정상적인 이용이 아니었다 이렇게 다 피해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져가는 가운데 국회에는 제조사가 적극적인 입증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조물책임법 일부법률개정안이 계류되어 있습니다.
다만 21대 국회의 종료는 이제 한 달이 남지 않았고 논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합니다.
연합뉴스TV 문승욱입니다. (winner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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