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배반한 유다가 목매단 ‘유다나무’…진홍색 밥풀떼기 박태기꽃[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형제 우애 상징, 사대부 집에 심기도…꽃말은 우정·의혹
중국이 원산…줄기나 뿌리껍질 이뇨작용에 탁월한 효과
<박태기꽃 속에는 햇빛들이 쫑알쫑알 전생처럼 모여 있다./부뚜막 얼쩡거리는 강아지 꼬랑지 걷어차는 내가 있다./입이 댓발 빠진 며느리가 궁시렁궁시렁 들어 있다./박태기꽃 속에는 하루 종일 입이 궁금한 시어머니가 있다./수수꽃다리 하얀 별꽃이 얼핏 숨었다 보였다 한다.>
장정자 시인의 ‘박태기꽃’이다.
봄철 꽃봉오리 맺히는 것이 밥풀떼기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변해서 박태기나무가 됐다.일부 지방에서는 밥티나무라고도 한다.
북한에서는 꽃봉오리가 구슬 같다 하여 구슬꽃나무라 하고 그리스말로는 서시스(Cercis), 즉 칼처럼 생긴 꼬투리가 달린다 해서 칼집나무라고 부른다. 또한 예수를 배반한 유다가 이 나무에 목매어 죽은 나무라고 하여 유다 나무라고도 하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유다나무’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 원산이라 하지만 일찌감치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오래 전부터 들여왔다고 하며 사대부 집안 뜰에 심는 등 특히 선비들이 좋아한 나무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조선시대 등 우리 선비들이 자식들 사이의 우애를 높이기 위해 심은 나무들이 바로 박태기나무와 앵두나무라고도 한다. 이 두 나무의 꽃과 열매들이 서로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처럼 형제들 사이도 서로 가까이 하여 우애를 돈독히 하라는 의미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이른 봄에 위로 뻗은 가지들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아름다운 자주색 꽃을 다닥다닥 피워낸다. 꽃봉오리 맺히는 것이 밥알 모양 비슷하고, 마치 밥풀데기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박태기나무는 아주 옛날 중국에서 들어온 낙엽활엽관목으로 키가 3~4m까지 자란다. 추위에도 잘 견디고 햇빛을 좋아하며, 특히 콩과식물이기 때문에 땅이 비옥하지 않은 곳에서도 뿌리로부터 질소를 고정해 잘 살아갈 수 있다.
박태기나무가 절 주위에 많이 심겨 있는 것은 옛날에 스님들이 중국을 왕래할 때 들여온 것으로 추정되나 지금은 시골 도심의 공원 등 어느 곳에서도 흔히 눈에 띄는 꽃나무다.
진홍빛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매우 화려하고 모양이 독특하여 정원이나 공원에 다양한 꽃 색을 갖추는데 훌륭한 소재가 된다. 또한 잎 모양도 둥글고 윤기가 나서 관상가치가 있다.
높이는 보통 3 ~ 5m 정도 자라지만, 최대 15m 까지도 자란다. 뿌리에서 몇 개의 줄기가 올라와 포기를 형성한다. 나무껍질은 회갈색이다. 잎은 어긋나기하며 두껍고 표면에 윤기가 있다.
꽃은 잎보다 먼저 자홍색의 꽃이 4월에 핀다. 꽃은 많이 개화하는데 7 ~ 8개의 꽃이 가지에 줄줄이 모여 달린다. 오랜 기간 꽃이 피어 있어 아름답기 때문에 생태공원과 정원에 많이 심어놓는다. 꽃말은 ‘우정’, ‘의혹’. 황무지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심어놓으면 잘 자란다. 열매는 10월에 콩처럼 열리며, 8 ~ 9월에 익는다.
박태기나무는 꽃을 떨어뜨리기 시작하는 즈음에 동그란 모습의 잎을 내밀기 시작한다.하는데 그 아래로 주렁주렁 콩깍지 모양의 열매를 달고 있다. 이 콩깍지 열매는 한여름을 지나면서는 까맣게 볼품없이 변한다.
박태기꽃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왜 이 볼품없는 나무를 공원 여기저기 심었는지 의아해하기도 한다.
박태기나무 줄기나 뿌리껍질은 한약재로 쓰인다. 뿌리와 나무껍질을 ‘자형근’과 ‘자형피’라고 부르며 약재로 사용한다.삶은 물을 먹으면 이뇨작용을 잘해 소변이 안 나오는 사람한테 탁월한 효험이 있다고 한다.
중풍 · 고혈압 또는 대하증 등 부인병에도 효과가 있다. 목재 또한 소방목이라고 해서 약재로 쓰인다. 박태기나무 꽃에는 약간의 독성이 있어서 꽃잎을 따서 씹어보면 아린 맛이 나며 많이 먹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번식은 가을에 콩꼬투리 모양의 열매 속에 크기가 7~8mm 되는 황록색 종자를 채취해서 그대로 파종하거나 젖은 모래와 섞어서 물이 잘 빠지는 곳에 노천 매장했다 봄에 파종하면 되며, 포기나누기로 번식할 수도 있다. 박태기나무는 실뿌리가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옮겨 심을 때 주의해야 하고, 가을에 낙엽이 진 뒤에 전정을 해주면 이듬해 좋은 꽃을 볼 수 있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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