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에 쏟아진 AI 작품, '창작'인가 '반칙'인가

금준경 기자 2024. 5. 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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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소설·웹툰·그림·사진 등 공모전에 쏟아진 AI 작품
'AI 금지' 조건 걸거나 AI 활용 작품 논란 이어져
"별도 장르 구분 통한 새로운 형태의 공모전 필요"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인공지능, AI. 사진=GettyImagesBank

공모전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작품이 출품되며 주목을 받거나 논란이 된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김형석 아트럼팩토리 대표가 최근 SNS에 올린 글이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한 기관의 의뢰로 작곡 공모 심사에 참여했다며 자신이 1위로 꼽은 곡이 “제법 수작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해당 곡은 AI를 사용해 텍스트를 입력해 나온 결과물이었다. 김형석 대표는 “상을 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라고 썼다.

공모전이나 투고 등에 AI를 활용한 결과물이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지난해 웹툰작가 지망생들의 공모를 받는 네이버 '지상최대 공모전'에서 AI를 통해 제작된 '양산형 웹툰' 우려가 커졌다. 네이버는 본선에 해당하는 2차 접수 때부터는 생성형 AI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네이버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작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웹툰 스튜디오도 '인간이 웹툰을 지배함' 게릴라 공모전을 알리며 “인간의 손으로 인간이 그린(인손인그) 작품들의 많은 지원을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페이스 오페라극장'도 AI의 도움을 받아 제작됐다. 주최측은 기술 활용이 가능한 부문이었고 AI 활용 사실을 공개했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예술 작품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논란이 이어졌다.

지난해 독일 예술가인 보리스 엘다그센(Boris Eldagsen)이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즈(SWPA)'에서 수상한 자신의 작품이 AI를 사용해 제작한 것임을 밝히고 상을 받지 않은 일도 있다. 엔다그센은 “권위 있는 국제 포토그래피 대회에서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역사적인 순간”이라면서도 “AI 이미지와 포토그래피는 이런 상으로 서로 경쟁해서는 안 된다. AI는 포토그래피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생성형 AI 만든 이미지를 '프롬프토그래피'(PROMPTOGRAPHY)로 부를 것을 제안했다. AI에 명령어(프롬프트)를 입력해 만든 새로운 유형이라는 점을 강조한 표현이다.

지난해 2월 미국의 SF장르 잡지사인 클락스월드(Clarkesworld)가 신인 작가들의 단편 작품 접수를 돌연 중단한 일도 있다. 챗GPT 등 생성형 AI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클락스월드의 발행인 겸 편집장인 닐 클라크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챗GPT가 출시된후 AI가 만든 SF 단편이 접수됐다가 표절 등으로 거부되는 등 일을 지속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

▲ '스페이스 오페라극장'은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한 작품이다.

인공지능 콘텐츠로 인한 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공모전은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에 AI의 도움을 받은 콘텐츠에 논란이 커진 면이 있다. SBS에서 지난해 '스페이스 오페라극장' 논란을 다루며 예술이 맞는지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는데 '예술이 맞다'는 응답이 45%(634명), '예술이 아니다'라는 응답이 48%(679명)로 팽팽한 결과가 나온 것도 논쟁적인 현실을 드러낸다.

오영진 서울과기대 융합교양학부 초빙조교수는 “'프롬프토그라피'라는 새로운 용어의 제안처럼 별도의 장르 구분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공모전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별도의 아트, 테크 계열의 공모전으로 판을 바꿔 인간과 기계의 협업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보다 발전시키는 것이 옳아 보인다”고 했다.

오영진 조교수는 “사용한 프롬프트 방식과 서비스에 대한 표기는 회화제작 방식을 알리는 별도 표기처럼 취급하고 때로는 재연과정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말이 경주하는 곳에 엔진이 개입하지 않듯이 새로운 트랙을 만드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생성형 AI 서비스는 그 예술적 가치가 조금은 과대 포장됐다”며 당장은 기존 예술이나 콘텐츠를 크게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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