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레어템 같은 매력, 이래서 '수사반장 1958'에 빠져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5. 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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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하게 칼에 찔려 사망한 성칠(엄준기). 누가 봐도 범인은 동대문파 살모사로 불리는 어삼룡(강인권)이지만 형사들은 그를 잡지 못한다.

그건 마치 무수히 많은 형사물과 수사물들 속에서 <수사반장> 이라는 레전드 드라마가 끄집어낸 한정판 레어템 같은 매력이다.

그러니 수사물이나 형사물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수사반장 1958> 이 주는 감흥은 새로워질 수밖에.

실시간으로 지상파에서 방영되는 <수사반장 1958> 에 쏟아지는 비상한 관심이 그 욕망을 방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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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반장 1958’, 시간을 되돌리자 가능해진 독특한 수사물

[엔터미디어=정덕현] 잔혹하게 칼에 찔려 사망한 성칠(엄준기). 누가 봐도 범인은 동대문파 살모사로 불리는 어삼룡(강인권)이지만 형사들은 그를 잡지 못한다. 동대문파 1인자이자 정치에도 손을 대기 시작하는 이정재가 썪어버린 검경 수뇌부들을 모두 장악하고 있어서다. 이정재(김영성)가 군국사령부 군납까지 수주받게 되자 깡패들을 잡아 넣어야할 공권력은 오히려 그들에게 줄을 서려 한다.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는 걸 받아 먹으려는 공권력은 1958년 부패한 시대의 어둠을 그려낸다.

MBC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사실 현재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으면 아예 가능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물론 부패한 공권력이야 어느 시대건 존재할 수 있지만 도처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과학수사가 기본인데다, 부패했다고 해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범죄를 비호하는 그런 일은 벌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성칠 살해 사건에 등장하는 흑백교(아마도 백백교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한)의 교주를 이용해 동대문파 조직원이 숨긴 어삼룡의 칼을 찾아내는 대목이나, 미군을 개입시켜 국내의 공권력으로는 잡을 수 없는 어삼룡을 체포하는 이야기 같은 건 1958년이라는 시대적 상황이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전개다.

이것은 <수사반장 1958>이 갖는 시대극과 복고 드라마로서의 특이함을 말해준다. 그 시대여서 가능한 사건들과 수사 방식들이 등장하고, 과학수사는 아니지만 범인을 잡겠다는 한 가지 굽히지 않는 의지로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나아가는 형사들의 맨몸으로 부딪치는 아날로그 서사가 등장한다.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사건들(현재의 사건들은 심지어 지능형 범죄까지 등장할 정도로 복잡해졌다)은 어찌 보면 너무 단순해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주는 독특한 매력도 있다.

그건 마치 무수히 많은 형사물과 수사물들 속에서 <수사반장>이라는 레전드 드라마가 끄집어낸 한정판 레어템 같은 매력이다. 동대문파와 맨주먹으로 부딪치는 싸움은 마치 김두한 시절을 그린 영화 <장군의 아들> 같은 활극의 묘미를 더해주고, 박영한(이제훈) 형사와 마치 의형제처럼 끈끈한 김상순(이동휘), 조경환(최우성), 서호정(윤현수)과 반장 유덕천(최덕문)의 관계는 현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영웅본색> 같은 낭만을 끌어온다. 여기에 박영한과 이혜주(서은수)가 만들어내는 세련되진 않지만 풋풋한 옛사랑의 설렘까지.

이제 어삼룡을 체포하는 이야기를 통해 박영한과 이정재의 대결구도는 전면에 서게 됐다. 그건 형사와 범죄자와의 대결이지만, 그 뒤편에는 1958년 자유당 시절의 부패와 맞서는 정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시대를 과거로 되돌려 당대의 서민 영웅으로서의 박형사의 서사를 그리고 있지만, 그 아련한 낭만 위에는 그런 낭만을 찾기 어려워진 현재의 갈증 또한 얹어져 있다. 그러니 수사물이나 형사물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수사반장 1958>이 주는 감흥은 새로워질 수밖에.

예고편에 등장한 것처럼 이제 박영한과 수사1반이 따르는 유대천 반장이 저들에게 피습당하는 사건이 전개될 것이고, 그것은 이제 후반부 보다 본격화된 시대(이정재)와의 대결이 펼쳐질 것을 예고한다. 한정판 레어템은 그 시간을 공유하고픈 욕망 또한 건드리는 것일까. 실시간으로 지상파에서 방영되는 <수사반장 1958>에 쏟아지는 비상한 관심이 그 욕망을 방증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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