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진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과 똑같은 일상 살 것”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2024. 5. 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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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의 바보》에서 ‘원톱 주연’ 맡은 안은진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배우 안은진이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은진은 지난해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연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나쁜엄마》와 영화 《올빼미》 《시민덕희》 등 작품에서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번엔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를 공개해 4월30일 현재 세계 넷플릭스 TV 쇼 부문 순위 TOP10에서 7위에 올랐다.

《종말의 바보》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D-200, 눈앞에 닥친 종말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 세상에서 끝까지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일본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극 중 안은진은 위험에 빠진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학교 교사 '진세경' 역을 맡았다. 천동중학교에서 기술가정교사로 근무했던 진세경은 소행성 사태가 발생해 학교가 휴교하자 웅천시청의 아동청소년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인물로, 여러 범죄가 아이들을 위협하자 그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파격적인 소재와 완성도 높은 연출로 호평받았던 《인간수업》 《마이 네임》의 김진민 감독과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등 현실에 대한 신랄한 묘사와 탄탄한 필력을 선보여온 정성주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안은진을 비롯해 유아인, 전성우, 김윤혜가 열연한다.

ⓒ넷플릭스 제공

김진민 감독은 안은진 캐스팅에 대해 "대본을 받자마자 '저는 안은진이요'라고 얘기했다. 은진씨가 뜨기 직전이었다. 제작사와 넷플릭스에서 고개를 갸웃하더라. 그 전에 이미 은진씨 소속사 대표를 찾아가서 같이 하겠다고 얘기한 상태였다. 유아인과 안은진은 같은 소속사인데, 당시 소속사 대표에게 '내 퍼스트 초이스 원픽은 유아인이 아니라 은진씨다. 은진씨를 달라'고 얘기했다. 넷플릭스에 공개하기 전에 은진씨가 확실히 떠있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전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종말의 바보》는 '유아인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유아인은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포스터와 홍보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태다.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가 불거지기 전에 이미 촬영이 끝난 상태였고, 주연이라 작품에서 아예 들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극 중 미국에서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윤상 역을 맡은 유아인의 분량은 예상보다 많다.

넷플릭스 측은 "촬영 중이었다면 캐스팅 변경도 고려했을 텐데 촬영이 다 끝난 이후 벌어진 일이었다. 다양한 방법을 논의했지만 재편집이 가장 현실적이었다"며 "유아인 배우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배우와 제작진이 노력해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배우 개인의 이슈가 작품을 해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 역시 제작발표회에서 "유아인의 분량을 조절했다. 불편하지 않게 봐 달라"고 양해를 부탁했다. 이어 공개 소감과 관련해서는"이제 한국에서 드라마를 만든다는 게 온 세상과 만나는 일이 되었다.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지만, 각자의 세상에서 상상해볼 만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고두고 꺼내 보게 되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성주 작가는 《종말의 바보》에 대해 "남들이 뭐라 하건 공포와 절망의 시간을 함께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헌사"라며 "반 이상이 파괴된 동네에서, 인물들이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내는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종말의 바보》 '원톱 주연'을 맡은 안은진에게 작품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가 기억이 난다. 혼돈, 혼란의 상황들이 빠르고 어렵게 지나간다고 느꼈는데, 그 와중에 시간 순으로 다가오진 않았지만, 마지막 엔딩 장면이 너무 인상 깊어 가슴이 두근댔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완성된 작품의 엔딩 장면을 봤는데 개인적으로 큰 울림을 주더라. 처음부터 끝까지 잘 봐달라."

중학교 선생님 역할이다. 캐릭터를 소개해 달라.

"자신이 지켜야 할 아이들을 위해 남은 시간을 살게 되는 인물이다. 영웅심리라기보다는, 종말을 앞두고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을 품고 미묘하게 변화하는 인물이다. 실제로 촬영을 하면서도 극 중 상황처럼 종말 두 달 전이라면 어떨지 생각했다. 내가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도 같은데, 세경은 아이들이 잡혀가고 아이들 시신을 봤을 때 트라우마가 생기고, 마지막까지 하나의 사명을 가지고 달려간다. 강단 있으면서도 따뜻한 캐릭터다."

캐릭터에 대한 공감도는 어느 정도였나.

"평범한 인물이 아이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서서히 아이들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게 된다. '이런 상황이 오면 누구든 희생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촬영장에서 아역들과 함께했던 순간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대본대로 연기하는) 배우지만 촬영장에서 아이들의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이 아이들을 지켜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실제로 극 중 상황처럼 '종말이 온다면'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

"촬영을 하면서 극의 설정처럼 '200일 후 종말이 온다면'이라는 상상을 정말 많이 했다. 결론은 그저 똑같이 열심히 일상을 살아갈 것 같다. 200일은 6개월 조금 넘는 시간인데 얘기하면 할수록, 생각하면 할수록 '똑같이 일상을 살 거 같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그 시간 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표현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거 같다. 연기를 하면서도 일상을 보내면서 희망을 보는 장면을 볼 때 뭉클해졌다. 그래서 더더욱 일상을 살아갈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배우 이슈 때문에 공개 일정이 미뤄진 바 있다. 그 기간 동안 어떤 마음이었나.

"등장인물이 워낙 많아 찍을 때도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늘 똑같이 '우리 회식 언제 할까'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기다렸다. 출연진이 언제나 함께였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 동안 소소하게 모임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열심히 촬영한 걸 이제 보여드릴 수 있어 감사하고 기쁘다."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도 한마디 해달라.

"극 중 등장하는 웅천시민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큰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종말, 죽음 앞에서 삶을 이렇게 선택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동시에 '나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200일 남은 웅천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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