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에 상처입었던 전창진의 해피엔딩? 트럭 시위도 잠시 잊게 만드는 1만 관중

황민국 기자 2024. 5. 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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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 KCC 감독 | KBL 제공



프로농구 부산 KCC의 ‘미라클 런’에선 전창진 감독(61)의 노고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KBL판 슈퍼팀이라는 이름값에 걸맞는 개성으로 가득한 선수단과 시즌 내내 좌충우돌한 끝에 정규리그 5위 최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앞두고 있다. 챔피언결정전 3승1패를 달성한 KCC는 이제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꿈에 그리던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

전 감독 스스로 이룬 성과에 자부심이 강할 법 한데, 그의 입에선 ‘팬심’에 대한 찬사가 먼저 나온다.

KCC가 새롭게 자리를 잡은 연고지 부산에서 2경기 연속 1만명이 넘는 관중이 들어선 것에 대한 예의다. 지난 1일 3차전에선 1만 496명이 입장해 13년 만의 챔피언결정전 1만 관중의 역사를 썼고, 3일 4차전은 1만 1217명이 입장했다.

전 감독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챔피언결정전 다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신 덕에 선수들이 더 신나서 뛴다. 오늘 경기에 대해선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릴 뿐”이라고 말했다.

전 감독의 발언이 놀라운 것은 그가 올해 팬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데 있다. KCC는 주축 선수들의 잦은 부상에 정규리그에선 부진했다. 그 사이 전 감독을 찾아온 것은 물러나라는 문구가 담긴 두 차례 트럭 시위였다.

당시 전 감독은 “(시즌동안 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다. 트럭 시위도 여러 번 있었고, 물러나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깨끗이 잘 하고 물러나겠다”고 사퇴 의지를 암시하기도 했다.

다행히 KCC가 정상궤도를 찾으면서 트럭 시위가 커피차 응원으로 바뀌고, 기적을 응원하는 꽃다발까지 받았지만 응어리가 쉽게 풀릴 리 없었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상처가 잘 안 가신다. 젊은 시절에는 성적이 좋다보니 비판을 받은 적도 많지 않았는데, 이 나이에 참”이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KCC와 KT의 4차전 관중석 풍경



그랬던 전 감독도 사직체육관을 가득 찬 팬들의 응원에는 그만 웃고 말았다. 챔피언결정전에 1만명이 넘는 관중이 입장한 것은 2010~2011시즌 원주 동부(현 DB)와 전주 KCC(현 부산 KCC)의 챔피언결정전 5~6차전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는 중립 지역인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반면 이번에는 홈구장에서 오롯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차이가 있다.

전 감독은 “지도자로 여러 번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했지만, 이정도로 (팬들이) 열광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며 “부산에서 첫 시즌에 이렇게 관중이 와주신다면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계속 오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산에 야구(롯데 자이언츠)만 있는 게 아니라 농구도 있다는 자긍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 감독이 팬들에게 보내는 화해의 메시지는 자신보다 KCC를 우선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겨울 스포츠 최고를 자부하던 프로농구의 인기가 프로배구에 밀린지 적잖은 세월이 흐른 터. KCC가 팬들의 사랑을 받아 KBL 리딩 클럽으로 올라설 수 있다면 자신의 상처는 얼마든지 넘어가겠다는 얘기다.

전 감독은 “농구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KCC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면서 “그러면 나머지 9개 팀들도 우리를 부러워할 것이고, 관중을 위해 구단이 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구장의 특성상 관중 입장이 제약이 될 경우에는 축구처럼 야외 응원도 시도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KCC가 모든 면에서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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