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빠진 뇌졸중…제때 치료받은 비율 10년째 16%뿐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2024. 5. 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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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마저 “나는 제때 치료받을 수 있나” 걱정
의사 부족 등으로 매년 35만 명 환자 발생하면 진료 체계 붕괴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골든타임 내에 병원을 찾은 뇌졸중 환자는 4명 중 1명꼴로 10년째 변함이 없다. 나머지 3명은 치료 기회를 놓쳐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을 맞는 셈이다. 또 뇌졸중 환자의 절반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기 힘든 현실이다. 힘든 업무 강도 때문에 뇌졸중 전문의 수까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매년 35만 명의 뇌졸중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25년 후에는 치료 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뇌졸중 전문의 사이에서는 "(나 자신이) 뇌졸중 치료를 받을 상황일 경우 어느 병원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뇌졸중은 증상이 발생하면 촌각을 다퉈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중증질환이다. ⓒ연합뉴스

발생 환자의 80%가 후유장애

뇌졸중은 응급으로 치료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운 중증질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뇌졸중 환자 중 적절한 치료를 받은 비율은 10명 중 2명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비율이 10년째 변함이 없다는 점이다. 대한뇌졸중학회가 최근 공개한 '뇌졸중 팩트시트 2024'를 보면, 허혈성 뇌졸중 환자 중 재개통 치료(정맥 내 혈전용해술, 동맥 내 혈전제거술, 병합 시술 등 혈관을 막은 혈전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은 환자 비율은 약 16%다. 대한뇌졸중학회 관계자는 "과거 10년간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받은 허혈성 뇌졸중 환자는 증가했으나, 정맥 내 혈전용해술을 받은 환자는 감소했다. 결론적으로 재개통 치료를 받은 뇌졸중 환자의 비율은 16%로 10년 전과 다름이 없다. 또 입원해 치료받은 후 일상생활에 제약이 없는 상태로 퇴원하는 환자 비율은 44%인데, 일상생활에 일정 부분 도움이 필요한 장애 상태로 퇴원하는 환자 비율도 39%나 된다"고 설명했다. 

뇌졸중(급성 허혈성) 치료는 골든타임과 관련이 있다. 증상이 발생하면 촌각을 다퉈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증상 발생부터 병원 도착까지 3.5시간을 넘지 말라는 의미의 골든타임을 지킨 뇌졸중 환자는 4명 중 1명꼴(약 26%)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24시간 이내 병원을 찾은 뇌졸중 환자 비율은 약 67%다. 골든타임을 지킨 뇌졸중 환자 비율 26%는 10년째 변함이 없다. 

병원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을수록 뇌졸중 치료를 받을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골든타임 내에 병원에 도착해도 뇌졸중 환자의 절반 정도만 치료받을 수 있다. 2022년 기준 골든타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한 허혈뇌졸중 환자의 42%가 치료를 받았다. 증상 발생 후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24시간 이내일 때 치료 기회는 10%로 줄어들고 24시간을 넘기면 1.5%로 급감한다. 김태정 대한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대의대 신경과 교수)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 동네 의원을 찾거나 정형외과나 내과 같은 다른 진료과를 찾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또 독거노인이 늘어나면서 증세가 생겨도 곧장 병원을 찾을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적절한 시간 내에 전문 치료를 받지 못한 뇌졸중 환자의 80% 이상은 후유장애를 경험한다. 그런데도 뇌졸중은 전문진료질병군이 아니라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돼 있다. 이경복 순천향의대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이 전문적 진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뇌졸중은 발생 환자의 80%가 후유장애를 얻을 만큼 중증질환이며 골든타임 내 치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는 뇌졸중 환자 중에서도 수술이나 시술을 받는 일부 환자만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지정 기준상 전문진료질병군 환자를 30% 이상으로 진료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반진료질병군 환자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상급종합병원에서 뇌졸중 환자 진료에 대한 관심과 진료량이 감소할 수 있다. 뇌졸중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해 급성기 뇌졸중 환자의 치료가 주로 이루어지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자 절반은 거주지에서 진료 어려워

실제로 뇌졸중 치료의 사각지대가 있다고 대한뇌졸중학회는 진단한다. 전국 70개 뇌졸중 진료권 가운데 33개 진료권은 뇌졸중 최종 치료를 시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뇌졸중 환자의 약 50%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충분한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이런 탓에 70개 진료권 중 절반 이상인 36개 진료권의 뇌졸중 치명률은 전국 평균인 17%를 웃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뇌졸중 의사 수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현재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수련병원의 뇌졸중 전문의를 209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부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에서는 전문의 1명이 400~500명의 뇌졸중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2년 대한신경과학회지(JKNA)에 따르면 23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신경과 전공의 1명의 진료 건수는 연 406건으로 1위이고, 이 건수는 2위인 소아청소년과의 234건보다 월등히 많다. 또 이 가운데 중증환자(뇌졸중) 비율도 약 88%로 가장 높다. 이처럼 업무 강도는 세지만 보상은 매우 적다. 신경과 의사가 뇌졸중 의심 환자를 진료해도 보상이 없고, 24시간 뇌졸중 집중 치료실 전담의의 근무수당은 3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차재관 동아의대 신경과 교수는 "현재 뇌졸중 전문의 숫자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최소 인력 수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련병원 74곳에 전공의가 86명 정도 있는데 각 연차당 최소 2명, 즉 현재의 약 2배 수준인 160명으로는 증원돼야 안정적으로 인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뇌졸중 전문의를 확보하고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중 전문의 중심의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향후 전문의가 될 수 있는 필수의료와 관련된 신경과 전공의 증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 높은 업무 강도를 고려했을 때 최소한의 보상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뇌졸중 의사 수준으로 초고령 사회에 들어서면 뇌졸중 치료 시스템이 붕괴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현실을 마주한 젊은 의사는 뇌졸중 전문의가 되기를 포기한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따르면 2012년 105명이었던 신경과 전공의는 2022년 82명으로 감소했다. 한 젊은 의사는 "내 성향에 맞는 진료과를 선택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과로사 위기가 있는 진료과는 기피하게 된다. 또 나중에 개원할 때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정 홍보이사는 "젊은 의사들은 당직과 시간을 다투는 응급 진료과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전국에 뇌졸중 전임의가 10명 남짓 있는데, 신입 전임의는 10명도 안 된다. 서울대병원에 뇌졸중 전임의는 1명이고, 빅5 병원 가운데 뇌졸중 전임의가 없는 병원도 있다. 이런 인적 구조로는 미래 뇌졸중 환자 치료는 불가능해진다"고 경고했다. 

고령화로 뇌졸중 환자는 더 늘어날 전망

당장 내년부터 한국은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뇌졸중 환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대한뇌졸중학회는 2050년 뇌졸중 환자가 한 해 35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2023년 기준 매년 약 18만 명씩 발생하는 뇌졸중 환자가 25년 만에 2배가량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김태정 홍보이사는 "2050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20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매년 35만 명의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뇌졸중으로 인한 연간 진료비 역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급성 뇌졸중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현재 의료 체계로는 가까운 미래의 뇌졸중 치료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독거노인 뇌졸중 환자에 대한 관리 시스템은 절실하다. 2050년 70세 이상 1인 가구는 약 7만3000명으로 전망된다. 독거노인이 혼자 집에 있을 때 뇌졸중이 발생한 경우 빠르게 증상을 확인하고 급성기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원격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일부 독거노인에게 진행하는 응급안전안심서비스를 확대 발전시키면 독거노인들의 뇌졸중 급성기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뇌졸중 치료 환경이 부실한데 의사 수까지 줄어드는 현상이 계속되면 가까운 미래에는, 최악의 경우 골든타임을 지키더라도 의사가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국민 4명 중 1명은 죽기 전까지 뇌졸중을 한 번 이상 경험한다. 뇌졸중은 먼 미래의 이야기도, 남의 이야기도 아닌 우리가 언젠가 한 번은 겪게 될 문제다. 초고령 사회에서 뇌졸중 치료 체계가 무너지지 않으려면 인적 자원 확보, 보상 체계 마련, 질병군 체계 분류 수정 등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다. 치료 사각지대 없이 뇌졸중 발생 예방부터 급성기 치료와 장기적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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