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선긋기에 '이철규 추대론' 주춤…'여당 2인자' 경쟁 재점화

유범열 2024. 5. 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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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윤' 이철규 의원, 차기 원내대표 후보 독주
당 내 후보군, '용산 심중' 살피며 복지부동
윤 대통령 "원대 관련 오해 받을 생각 없어"
송석준·이종배 잇단 출마…추경호도 고심 중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지난 3일로 예정됐다가 사실상 '출마 후보 부재' 탓에 연기된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선거 경쟁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송석준(왼쪽)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이철규 의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력시됐던 '찐윤'(윤석열계) 이철규 의원 추대설은 일단 잠잠해지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관련 메시지가 나온 후에야 뒤늦게 후보들이 나서면서 정치권에서는 '당이 아직도 용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일을 기점으로 여당 내에선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화하는 중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일 3선 송석준 의원이 "지금 이 시기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맡는다는 것은 고난의 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국민·나라·당을 위해서 가야할 길이라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출사표를 던진 데 이어, 3일에는 4선 이종배 의원이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국민의 엄중한 뜻을 새기고, 당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한 첫 단추"라며 출마를 선언했다.

당초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는 심각한 '구인난'에 빠졌다. 통상 원내대표직은 3~4선의 중진들이 대표 혹은 주요 광역단체장급 인물로 부상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자리로 꼽혀 인기가 높았지만, 22대 국회 첫 원내대표직에 선뜻 출사표를 던진 중진은 없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있었으나 주 이유로는 '껄끄러워질 수 있는 용산과의 관계'가 거론됐다. 후보군에 오른 인사들이 숨죽이는 상황에서, '찐윤' 이철규 의원이 초선 당선인과의 조찬 회동을 갖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누군가는 악역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며 출마를 겨냥한 행보를 지속하면서다. 이에 섣불리 그와 맞서는 행보를 보이다가는 용산에 소위 '찍힐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중진들 사이에 감돌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2일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차기 원내대표 선거와 관해 오해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한 사실이 대통령실 관계자발로 보도되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3일에도 홍철호 정무수석이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철규 원대설에 대해 "여소야대 상황에서 지금 여당 스스로도 힘든데 우리가 지금 이리 가자 저리 가자하는 것은 안 맞다고 보고, 대통령도 똑같은 생각을 갖고 계시는 것 같다"고 이를 재확인하면서, '윤심은 어디에도 없다'는 인식이 출마를 저울질 중이던 중진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다는 관측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이에 당 내에서도 자연스레 '이철규 유력설'이 힘을 잃고, 동시에 '제로 베이스'에서 원내대표로서 적합한 인물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신동욱 서초을 당선자는 3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철규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내가 한번 해보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라며 후보군에 올라있는 의원들의 출마를 독려했다. 그는 "지금 어렵지 않냐. 민주당은 벌써 22대 국회 시작하면 바로 특검법 여러 건을 밀고 들어오는 건데, 우리 여당이 방어하겠다든지 이런 비전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초선 당선자도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의원 임기 말 원내대표만큼 임기 초를 담당하는 원내대표가 중요하다"며 "쟁점 법안 뿐만 아니라 원 구성 협상을 야당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야당과의 협상) 경험과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당 안팎에서 제기된 '이철규 비토론'에 대해선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협상 능력 뿐만 아니라 용산 및 정부와의 소통 능력도 원활해야 한다"며 "단순히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을 원내대표로 올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도 했다.

앞서 출마를 공식화한 송석준·이종배 의원과 더불어,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내고 3선에 성공한 추경호 의원과 이철규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현재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다. 정치권에 따르면 추 의원은 이번주 내 출마 여부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의총 직후 출마설에 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결정은 본인이 하는 것'이라며 발끈한 이 의원도 후보 등록일에 맞춰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당 원내대표 선거판이 용산의 눈치를 보며 돌아가고 있는데, 직의 막중한 책임을 생각하면 후보들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미 '정권심판론'이 총선 결과를 통해 대세로 입증된 상황에서, 거론되는 인사들이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크게 의식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여야와 용산 사이를 잘 조율할 수 있는 정무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 원내대표가 돼야 할 것이고, 그런 인물이 원내 사령탑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여당 지지율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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