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재화", "북한보다 못해"…與 "민주당엔 '선동' DNA" [이슈+]
尹 만나서는 '韓 독재화 진행' 보고서 언급
실제 보고서 내용 보니 일부만 부풀려
與 "민주당엔 '선동', '비약' DNA 있나"
지난달 29일 성사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역사적인 '양자 회담'이 '한국 독재화 의혹'으로 얼룩졌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면전에서 한 스웨덴 연구기관의 한국 독재화 관련 연구 보고서를 언급하고, 윤 대통령의 표정은 급격하게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막상 해당 보고서의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니, 이 대표는 보고서 내용의 '일부'만 가져다 그것이 전체인 것처럼 호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표가 인용한 보고서는 스웨덴 민주주의 연구소 V-Dem이 발표한 '2024년 민주주의 보고서'인데, 해당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은 민주주의가 가장 높은 그룹이 '자유 민주주의'(Liberal Democracy) 국가에 속해있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민주화 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1년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집권기에 민주화 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표가 인용한 '한국의 독재화 진행 중'이라는 보고서는 사실 왜곡"이라며 "민주화가 진전되는 나라가 2003년에는 35개국에서 2023년 18개로 줄어든 반면, 권위주의화가 강화된 나라 수는 11개에서 42개로 늘어났다. 민주주의하에서 살고 있는 인구는 2003년 50%에서 2023년 29%로 줄었고, 반면 권위주의 하의 인구는 50%에서 71%로 늘었다. 우리는 그 29%의 민주주의하에 사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과장이 무엇인지는 리포트를 찾아보시면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보고서 내용의 '일부'만 가져다 그것이 전체인 것처럼 호도한 셈이다. 게다가 이 대표가 한국과 관련해 인용한 보고서의 해당 부분은 △2017년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 결정으로 퇴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2016년에 퇴임했다고 쓰거나 △한국의 대선이 2022년이 아닌 2021년에 열렸다고 쓰는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어긋나는 부분도 있었다. △대통령 임기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4년'이라고 잘못 기재하기도 했다. 다소 부실한 보고서를 야당 대표가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말씀 자료로 인용한 것이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언급한 '한국 독재화' 주장은 이번 총선에서 "한국이 북한보다 못한 200대 무역 적자국이 됐다"고 한 민주당의 주장과도 비슷하다.
이재명 대표는 총선을 코앞에 둔 지난 7일 "국가 관계가 점점 악화하고 수출 환경이 점점 나빠졌다"며 "결국 5대 수출 국가가 이제 북한보다 못한 200대 무역 적자 국가가 되고 말았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이런 무역적자가 계속되면 외화 부족으로 다시 외환위기를 겪게 될 수도 있다"라고도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기간 이러한 주장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일시적 적자 폭을 근거로 경제 규모 차이가 2000배 이상인 북한과 한국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연설에서 '북한보다 못한 무역 적자국'이라는 발언은 계속 나왔다.
민주당이 근거로 제시한 2023년 무역수지를 보면, 직전 연도에 비해 수입·수출 규모가 다소 축소됐음에도 수출 규모는 세계 8위를 기록했다. 2024년 1분기 수출은 7분기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주장대로라면, 미국과 일본·영국 등 경제 대국조차 '북한보다 못한 무역 적자국'이 된다는 것이어서 논리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여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민주당에는 '비약'하고 '선동'하는 DNA가 있는 것 아니냐"며 "놀랍지도 않지만, 그런 부실한 자료의 일부만을 가지고 대통령의 면전에서 면박을 주듯 이야기하는 것은 정치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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