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싶은 부대’ 아시나요…6남매·오둥이까지 ‘저출산 딴세상’17사단[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이태한 소령 한지붕 6남매…“여섯 보물, 북적북적 살아가는 재미 낳아봐야 안다”
오둥이 엄마 서혜정 소령 “오둥이 덕분에 시부모님까지 끈끈한 전우애 생겨”
17사단 슬로건 “가정이 행복해야 강한 전투력 있다”
아이 낳고 싶은 군 부대를 아시나요? 한지붕 6남매에 다섯 쌍둥이(오둥이) 가정에 세 자녀 넘게 둔 간부만 156명에 이르는 부대가 화제다. 합계출산율 0.72명(2023년 기준) 초저출산의 대한민국 현실과 동떨어진 ‘딴 나라, 딴 세상’이 존재해 경이롭기조차 하다.
대령급 지휘관만 6명 이상인 육군 최대규모 사단인 인천 부평구 육군 17보병사단이 가정의 달을 맞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7사단은 ‘가정이 행복해야 강한 전투력이 있다’는 가치관 아래 다채로운 일·가정 양립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도 한몫한 것으로 평가된다.
육군 17사단 승리여단 포병대대 정작과장으로 근무 중인 이태한 소령(진급 예정자) 부부가 사는 경기 김포시 한 군인아파트는 올망졸망 6남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로 온종일 시끌벅적하다.
중학교 1학년인 장녀 은별(13)이와 둘째 태준(12), 셋째 한별(9), 넷째 한결(8), 다섯째 로운(7)이와 두돌을 막 넘긴 로아는 이 소령 부부에게 ‘여섯 보물’로 통한다. 여섯 아이는 이들 부부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기 때문이다.
여섯 남매는 한 공간을 공유하며 복닥복닥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이 소령 "아이 수만큼 삶의 가치와 행복이 배가 된다"며 다둥이 예찬론을 폈다. 아내도 "아이들 크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재미"라며 "막내딸 로아가 애교를 부릴 땐 말 그대로 녹아버린다"고 했다. 부부는 아이들이 서로 의지하고, 나중에 커서도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소령은 "육아도 군 복무와 비슷하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했다. "장을 보러 가도 상인 분들이 ‘너무 많이 사는 거 아니냐’고 하셔요. 아이가 여섯이라고 하면 놀라면서 서비스를 주시곤 합니다."
6남매를 키우며 드는 생활비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둥근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소령은 "지난해에는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지상군페스티벌에 다녀왔고,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에어쇼도 관람했다"며 "오월에는 부대 개방 행사에도 다녀올 계획"이라고 했다.
다자녀 가정의 부모인 간부를 위해 동일 권역 근무여건을 보장하는 군 제도 덕분에 이 소령 가족도 2015년 셋째 출산 이후 떨어져 산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필요한 시기에 자유롭게 휴가·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된 부대 분위기도 단단히 한몫했다. 이 소령은 남녀 구분 없이 가족돌봄 제도를 당연하게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됐다고 평가했다.
이 소령은 "결혼한 후배들에게 항상 ‘아기 몇 명 낳을 거냐’고 물어봐요. 한 명 낳으려면 두 명 낳고, 그럴 거면 세 명 낳으라고 한다"며 "북적북적 살아가는 재미는 낳아봐야만 안다"고 다둥이 예찬론을 폈다.
2021년 11월 국내에서 34년 만에 태어난 다섯쌍둥이, 국민 오둥이’ 부모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군인가족 김진수(33) 대위와 서혜정 소령(33) 가족도 화제다. 김 대위는 현재 17사단 소속, 서 소령 역시 17사단 소속이었으나 소령 진급 후 영관반 교육을 받기 위해 지난해 11월 대전 육군대학에 파견 가 있어 어머니 박점자(58)씨가 아이 돌보미로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인천 계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당시 28주 만에 태어나 몸무게 1kg 남짓, 5명 모두 합쳐도 4.9kg에 불과했던 오둥이는 어느새 각각 13kg이 넘는 건강한 아이들로 몰라보게 성장했다. 맏언니 소현, 수현, 서현, 이현, 막내 아들 재민이 오둥이가 30개월이 됐다.
이들이 사는 인천시 계양구 아파트 주변은 1개 분대 오둥이가 가는 곳마다 동네 주민들의 관심을 끌어 ‘국민 오둥이’임을 실감하게 한다. 김 대위는 "어디 가나 동네 주민들이 알아보시고 과자를 주시는 등 관심을 보여 감사하다"며 "온 동네가 아이들을 같이 키우는 기분"이라고 했다.
서 소령은 오둥이 덕분에 끈끈한 전우애가 생겼다고 했다. 그는 "시부모님을 비롯한 가족 간에 끈끈한 전우애가 생겼다. 오둥이가 아니었다면 이런 전우애는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며 "오둥이를 낳고 나니 세상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힘든 점도 분명 많지만 전혀 다른 차원의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다둥이 예찬론을 폈다.
17사단이 저출산 시대가 무색할 만큼 ‘아이낳고 싶은 부대’로 통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사단에는 ‘다섯 쌍둥이 아빠’ 김진수 대위 등 세 자녀를 넘게 둔 간부만 156명에 달한다. 17사단은 수도권에 있어 교육 여건·아이 돌보미 등 여건이 좋아 다둥이 간부들이 선호하는 부대이기도 하다. 사단은 ‘가정이 행복해야 강한 전투력이 있다’는 가치관 아래 다채로운 일·가정 양립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육군에 따르면 17사단은 올해 2월 부대 인근에 거주하는 군 자녀를 위해 통학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사단 군사경찰대대 장병들도 가정의 달을 맞아 부대 인근에 위치한 초등학교 앞 교차로에서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교통안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단은 학교장, 학부모의 요청에 따라 교통안전 봉사활동을 연중 주기적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3자녀 남성 당직근무 면제’ 시험평가부대로 선정돼 기존 4자녀 이상 남군에게 적용하던 해당 제도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직업 특성상 이사가 잦은 장병들이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시·교육청과 협의해 ‘전·입학 신청’ ‘지자체 수당 신청 자격’ 등의 기준을 전입 신고일이 아닌 부대 인사명령 날짜에 맞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다둥이 가족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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