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응원하는 ‘진짜 어른’ 만난 40분…‘라스트 리페어 샵’

한겨레 2024. 5. 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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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음반산업의 중심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는 고장 난 악기를 수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수십년 동안 악기 8만개를 수리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악기를 받는 아이들의 인생도 만만치 않다.

달인들의 삶이 그랬고 악기를 받은 아이들의 삶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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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의 OTT 충전소] 디즈니플러스 다큐 ‘라스트 리페어 샵’
‘라스트 리페어 샵’. 디즈니플러스 제공

세계 음반산업의 중심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는 고장 난 악기를 수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수십년 동안 악기 8만개를 수리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만난 적은 없어도 누구보다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고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라스트 리페어 샵’이다.

악기 수리사들은 오랜 경험과 특별한 감각을 갖고 있는 이른바 ‘달인’들이다. 그러나 이 다큐멘터리의 핵심은 달인의 놀랄 만한 작업 과정이 아니다. 악기 수리사들은 어떤 드라마보다 극적인 삶을 살았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이민을 왔지만 아이들에게 먹일 음식마저 없었고, 커밍아웃에 차별을 당하는 등 한번쯤 힘든 순간이 있었다. “악기든 인생이든 고장 난 건 고치면 된다”고 말하는 달인들에게 악기는 유일한 희망이자 꿈이었다.

악기를 받는 아이들의 인생도 만만치 않다. 목적 없이 살던 어느 날 주어진 바이올린, 피아노, 트럼펫은 아이들의 생활을 바꾸고 성격을 바꾸고 미래를 바꾼다. 아이들은 무대 위에서 희열을 잊지 못한다. 목표가 생긴 인생은 이전과는 많이 다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어떻게 저렇게 힘든 인생을 살아왔을까’ 감탄하게 만드는 달인들이 오히려 아이들을 걱정하고 응원하는 점이다. “요즘 아이들의 삶은 힘들잖아요. 내가 고친 악기로 연습한 아이들이 언젠가 그래미상을 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성세대는 너무 쉽게 “요즘 애들”을 말하고, 젊은 사람들은 기성세대를 꽉 막혔다고 비난한다. 세대가 다르면 삶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나의 부모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소학교에서 기미가요를 불렀고 한국전쟁 때 피난을 다녔다. 30년 전 나는 최루탄과 백골단을 기억한다. 나의 딸은 내 기준에선 ‘속 편하게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는 것’ 같지만 시대가 편해졌다고 인생이 쉬워진 것은 아니다. 사춘기를 코로나 속에서 겪었고 저성장, 인구 감소의 시기를 마주하고 있다.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고 인생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는 청춘을 응원하는 ‘진짜 어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의 삶은 태어나면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평등한 사회라고 말하지만, 빈민가에서 태어난 사람과 재벌가에서 태어난 사람의 삶은 시작부터 다르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노력으로 모든 제약을 극복하는 인간 드라마도 존재한다. 달인들의 삶이 그랬고 악기를 받은 아이들의 삶이 그렇다.

다큐멘터리 마지막에는 달인들이 고친 악기로 인생이 바뀐 사람들이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연주한다. 다양한 연령과 인종의 사람들이 합주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악기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듯 이 다큐멘터리도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에 충분하다. 단편 다큐멘터리다. 40분만 투자해 보자.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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