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의 분권형 커뮤니티 구조, 기업가치 발목잡나

한겨레 2024. 5. 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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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스티브 허프먼 레딧 최고경영자가 2024년 3월2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을 기념해 레딧의 마스코트인 ‘스누’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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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디시인사이드’라는 사이트를 들어봤을 것이다. 디시인사이드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다. 디시인사이드는 참여자들의 흥미 또는 관심사를 ‘갤러리’라는 주제화된 게시판에서 대화를 이어나간다. 미국에서는 ‘레딧’이 디시인사이드의 역할을 한다. 레딧의 기능도 디시인사이드와 유사하다. 레딧 안에서도 관심 주제별로 사람들의 대화가 나뉘고, 이 대화가 빅데이터가 되면서 더욱 사람들이 모이는 구조다.

‘게임스탑 사태’는 레딧의 위력을 보여줬다. 개인투자자들은 게임스탑의 공매도 투자자들이 백기를 들게 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기록했다. 바로 이 사건이 레딧의 하위 게시판에서 시작됐다. 그만큼 레딧이 가지는 커뮤니티 파워는 대단하다.

서두에 레딧을 ‘미국판 디시인사이드’라고 이른 것은 디시인사이드가 레딧보다 더 오래된 커뮤니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디시인사이드는 상장하지 못했다. 수익화 모델의 차이라 할 수 있겠다. 디시인사이드는 사이트에서 모은 방대한 데이터를 수익화로 연결하지 못한 반면, 레딧은 성공했다. 레딧의 기업공개(IPO) 가치는 65억달러(약 8조원)에 이른다. 무료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는 회사가 어떻게 8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는지 재무제표로 확인해보자. 특히 레딧을 이용하는 사람을 ‘레디터’(Redditor)라 부르는데 레디터들은 레딧의 주가 전망을 놓고 치열한 갑론을박을 펼친다. 레디터들의 토론 내용도 함께 소개한다.

대부분의 수익은 광고?

레딧이 IPO를 신청할 때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2023년에 기록한 매출은 8억달러다. 2022년 대비 약 20%가 늘었다. 그러나 비용으로는 9억4천만달러를 지출해 1억4천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 1억7천만달러의 영업손실과 비교하면 조금 나아졌다. 레딧의 매출은 대부분이 레딧 사이트에 노출되는 광고주로부터의 수익이다. 레딧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광고 수익이 올라간다. 실제 2023년 레딧의 일일 사용자 수는 2022년 대비 약 27% 증가했고, 이는 매출의 증가율과 유사하다.

소셜미디어 회사의 특성상 매출이 늘면 영업이익은 크게 증가한다. 제조원가라고 부를 만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회사인 페이스북의 영업이익률이 40%에 이르는 이유다. 따라서 레딧 사용자 수 증가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몇 년 안에 순이익을 발생시킬 것이다.

한편 레딧이 밝힌 광고 수익 이외의 미래 먹거리는 데이터 라이선싱이다. 레딧의 게시물은 10억 개에 이른다. 이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이다. 최근 구글이 레딧과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다. 레딧은 2024년 데이터 라이선싱으로 약 6600만달러의 수익이 생길 것이라고 한다. 전체 매출 대비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라이선스 제공은 비용이 들지 않는 매출이므로 ‘알짜’라 할 수 있다.

재미있게도 레딧 안에서는 매일 레딧의 적정가치를 놓고 토론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먼저 레딧의 미래가치에 관한 장밋빛 전망을 소개한다. 유사한 소셜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레딧이 저평가됐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핀터레스트라는 회사가 있다. 2019년 상장된 이미지 플랫폼 회사다. 시가총액은 230억달러로 레딧 IPO 당시 시가총액의 약 4배에 이른다. 그러나 월간 사용자 수는 레딧이 핀터레스트를 앞선다. 레딧이 광고주들에게 핀터레스트보다 더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긍정적 의견은 레딧의 합리적인 IPO 가격이다. 레딧은 2021년 유동성 광풍이던 시절 IPO를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 예상가치는 약 100억달러였다. 이는 현재 IPO 가치보다 30%가량 높다. 최초 추진 이후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IPO 가격이 낮아졌다는 말이다. 당시에는 ‘오버밸류’였을지언정 이제는 충분히 합리적 가격이라고 이들은 강조한다.

이번에는 호된 비판들이다. 지속적인 수익 창출의 가능성에 관한 문제다. 앞서 말한 몇년 내 순이익을 발생시킨다는 이야기와 배치된다. 이유는 충성 이용자가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충성 이용자는 레딧에 로그인해 활동하는 이용자를 말한다. 로그인 사용자 비율이 감소한다는 것은, ‘우연하게’ 구글 등 검색엔진을 통해 레딧에 접근하는 이용자가 더 많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거대 소셜플랫폼과 비교하면 부족한 단점이다.

하위 게시판 10만 개

또한 비판자들은 레딧의 분권형 커뮤니티 구조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레딧의 하위 게시판은 10만 개에 이른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게시판만 말한 수치다. 레딧은 이 게시판들을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 게시판별로 이용자들이 자율적으로 관리자 역할을 한다. 이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용자들의 관심사항이 모여 게시판이 만들어지며 레딧은 공간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 2023년 7월, 레딧이 공개한 수익화 모델이 이용자들의 반발을 일으켰다. 이용자들은 게시판 글을 삭제하고 아예 게시판을 닫아버리는 등 ‘시위’를 벌였다. 당시 레딧 전체 글의 절반 이상을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따라서 비판의 주 내용은 과연 이런 플랫폼에서 장기적으로 광고 수익이 지속해서 늘어날 수 있냐는 것이다. ‘중앙집권화’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과 달리 레딧은 분권화로 열위에 있다는 것이다. 분권화는 레딧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원천이었다. 그러나 기업가치를 따질 때는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모든 소셜플랫폼이 그러하지만 레딧의 생명줄은 결국 이용자들이다. 지금까지는 잘해왔다. 미국에서 가장 ‘핫한’ 소셜미디어가 됐다. 레딧이 그들의 인기를 계속 유지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수익으로 변화시키는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찬호 공인회계사 Sodoh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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