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1통 4만2800원…과일 물가, 이제는 공포 [김기자의 현장+]

김경호 2024. 5. 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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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물가, 작년 같은 달보다 38.7% 올라
배 102.9% 상승…1년 새 배 값이 두배로 뛰어
5∼6월 수박·복숭아·포도 출하
“가격안정 지속 추진”

“수박 값이 너무 올라 깜짝 놀랐다. 4만2800원? 가격을 보니 정말 살이 떨리는 지경이에요”

지난 2일 서울 한 마트에서 수박이 4만2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김경호 기자
 
지난 2일 오후 6시쯤 서울 한 마트 과일 가판대에서 서성이던 이모(40대)씨가 수박 가격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어휴…. 작년보다 2배 정도는 오른 것 같네요”며 “사과와 배 수박까지, 올해는 과일 먹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생각도 듭니다”며 고개를 살짝 떨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마트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알록달록 다양한 과일이 진열된 가판대와 거리를 두고 쭈뼛쭈뼛 서 있던 손님들은 비싼 과일값에 가게 안으로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한 손님은 사과를 이리저리 만지며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실제 구매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또 다른 손님은 비싼 배 대신 딸기를 구매하려는지 가격을 물어봤다가 “만 원 넘어요”이라는 말을 듣자, 카드를 꺼내지 못했다.

지난 2일 서울 한 마트에서 수박이 4만28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김경호 기자
 
옆에서 과일을 살펴보던 주부 한모씨(55)도 과일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씨는 “뉴스만 보면 고물가 얘기뿐, 대책도 없고 대안도 없다.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였다”며 “이제는 과일도 맛만 보는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미간을 찌푸렸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한 대형마트. 마트 풍경도 확연히 달라졌다. 조금이라도 싸게 살 수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는 분위기였다.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살 수 있다”면 어디든 가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빈 장바구니에 물건을 가득 담던 이전과 달리 빈 바구니를 팔에 낀 채 과일 가격을 꼼꼼히 살피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듯 보였다. 상당수가 카트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있었고, 카트를 끌고 다니는 소비자는 뜸했다.

이날 용산구 김모(50대)씨는 대추 토마토 500g 한 박스 9800원에 몇 번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장바구니에 담았다.

김씨는 “식구들이 아침마다 사과나 토마토 등 과일을 가볍게 먹는 편인데, 손에 쥔 돈으로 마트에 가는 게 정말 두렵다”며 “성인 남성 주먹보다 조금 큰 것도 2개에 1만 원이니, 장바구니에 담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과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경호 기자
 
과일 등 농산물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는 탓에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과실(과일) 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38.7% 올랐다. 헤드라인 물가지수가 2.9% 오른 점을 고려하면 두 지표 간 격차는 35.8%포인트(p)에 달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신선과일 간 격차는 작년 6월 0.4%p에 그쳤는데 8월(10.9%p)을 기점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작년 9월부터 올 1월까지 5개월간 20%p대였고, 2월부터는 30%p대로 커져 3개월째 계속됐다.

특히 작년 작황 부진으로 공급량이 급감한 사과와 배가 주범으로 꼽힌다. 수입도 되지 않는 탓에 공급 충격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사과 가격은 작년 동월 대비 80.8% 올랐고, 배는 102.9% 상승했다. 1년 새 배 값이 두배로 뛰었다는 뜻이다.

사과·배뿐 아니라 감(56.0%), 귤(64.7%) 가격도 수개월째 두 자릿수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채소 가격도 불안한 흐름이 지속된다. 지난달 토마토는 39.0% 올랐고 봄배추 출하를 앞두고 배추는 32.1% 상승했다. 양배추 물가상승률은 48.8%로 나타나 1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과일 물가가 전체 식료품 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5.9% 올랐다. 전체 물가상승률과 3%p 차이가 난다. 과일 물가 ‘충격’에 정부는 지난 3월 1500억원의 긴급 농축산물가격안정자금을 투입했다. 납품단가 지원, 할인지원 등이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과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경호 기자
 
정부는 자금 투입과 함께 기상·수급 여건이 점차 개선되면서 농축수산물 물가가 조금씩 안정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신선과일 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단 38.7% 올랐지만, 전월보단 3.0% 내렸다. 농산물 물가상승률도 작년 동월 대비로는 20.3%였지만 전월 대비로는 –3.9%를 기록했다. 정부는 제철과일에 주목한다. 4월 참외부터 시작돼 이달 수박, 복숭아·포도는 6월부터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4∼6월은 사과·배 소비 비중이 떨어지는 시기”라며 “연중 소비 가운데 5월의 비중이 사과는 6.7%, 배는 4% 수준”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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