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물 정치'에만 연간 2조 원? 제재 어떻게 회피했나 봤더니 [스프]

김혜영 기자 2024. 5. 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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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빽]


지금 보시는 이 사진(아래 사진)은 지난 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벤츠를 타고 공장 착공식에 참석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 아래 사진은 지난달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방문할 때 사진인데, 이때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선물인 아우루스를 타고 등장했습니다.


북한 매체는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뿐 아니라 주요 간부들이 값비싼 고급 차량을 타는 모습도 공개해 왔습니다. 지난해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영상에선 벤츠 S클래스 마이바흐 풀만으로 추정되는 차량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김덕훈 내각 총리가 내리는 모습이, 세단형 벤츠 S클래스에서 상무위원인 조용원과 최룡해가 각각 내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고급 차량을 사치품으로 규정해 대북 반입을 금지하고 있고, 이런 차량을 북한에 수출하거나 판매 이전하는 행위도 모두 제재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마치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이런 장면을 공개해 온 겁니다.

최근 국방부와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내 엘리트 특권층의 충성심과 결속을 끌어내기 위한 '선물 정치'에 우리 돈으로 연간 2조 5,000억 원에 이르는 통치 자금을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박용한ㅣ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북한 김정은 정권은 약 6만에서 6만 5,000여 명에 해당하는 북한의 특권층에게 연간 2조 5,000억 원을 선물 정치 비용으로, 특히 김정은 일가 약 100여 명은 연간 8,300억 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어떻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보란 듯 회피할 수 있었을까요?
 

북한의 제재 회피 방법?

우선 북한은 미국 등 핵심 당사국들과 협상으로 제재를 풀어보려는 정치적 노력을 해왔을 뿐 아니라, 석탄 밀수출과 어업권 판매, 사이버 금융 공격, 정제유 밀수입 등 제재 회피 방법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왔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보고서 등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제재 회피 수법은 해상 환적, 노동자 송출, 사이버 해킹, 그리고 기타 해외 동상 제작, 금 밀수출, 무기 거래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는데, 그중 가장 전형적인 방법은 해상 환적이었습니다.
 
양문수ㅣ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제재 회피로 의심되는 건 해상에서의 환적이라든지. 가장 큰 게 석탄을 밀수출하는 것으로 추정이 되는 그런 류들이죠.


예를 들어, 지난 2019년 김정은이 타고 등장했던 마이바흐의 이동 경로는 이러했습니다. 마이바흐 차량은 네덜란드 항구에서 출발해 중국 다롄과 일본 오사카, 한국 부산항을 거쳐 러시아 나홋카, 그리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선박으로 옮겨진 뒤, 화물기를 통해 북한으로 최종 반입됐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당시 뉴욕타임스의 취재로 파악이 됐는데, 해당 차량을 옮겼던 선박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18일간 자동 선박 식별장치를 끈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사관 직원도 동원되는 '사치품 구매'

북한의 고급 차량과 같은 사치품 구매에는 외국 주재 북한대사관 소속 직원들이 직접 동원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유엔과 영국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은 무기 등 물품을 조달하는, 제재 결의안에 위배되는 일들에 연루가 된 바 있고, 각국 역시 그런 사실을 적발해 2012년과 2013년 등 해당 외교관들을 추방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사실 북한이 외국 주재 대사관 직원들을 자금이나 무기 조달책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대북 제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故 김정일의 처조카였던 故 이한영 씨가 1996년에 냈던 자서전 <대동강 로열패밀리 서울 잠행 14년>에 따르면, 이러한 내용이 상세히 기술돼 있습니다. 과거 김정일에게는 세계 곳곳에 비자금 관리와 필요한 물품 구매를 직접 지시할 수 있는 '특파원'이라는 존재가 있었는데, 그중 권형록이라는 독일 담당 특파원은 북한에 들어가는 벤츠를 모두 구입해 보냈습니다. 이 인물은 특히 김정남의 어머니인 성혜림에게도 벤츠를 선물한 것으로 이한영 씨는 회고했습니다. 말하자면, 일종의 '보신책'의 한 방편으로, 김 씨 일가에 사치품을 상납했다는 것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혜영 기자 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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