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내수 주는데 공급은 넘쳐나는 이유는? [★★글로벌]

한재범 기자(jbhan@mk.co.kr) 2024. 5. 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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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당국 전기차 ‘신성장동력’ 집중 육성
지방정부도 일자리·경제성장 위해 지원
자금 넘쳐나자 수익 안나는 기업도 회생
서방 ‘과잉공급’ 우려는 계속될 듯
지난해 9월 중국 장쑤성 쑤저우의 국제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비야디 전기차들. [AFP 연합뉴스]
초소형 전기차를 생산하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즈더우(ZHIDO)’의 이야기를 아시나요? 이 브랜드는 2014년에서 2017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전기차 브랜드였습니다. 당시 정부에서 받은 보조금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갔죠.

2019년부터 이 기업은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중국 정부가 초소형 전기차 대신 장거리 주행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기로 하면서 보조금을 대거 삭감했습니다. 보조금 혜택이 사라지니 매출은 급감했습니다. 기업은 도산 직전에 이르렀고, 회사는 약 2억 5000만 달러의 빚더미에 앉게 됩니다.

하지만 즈더우는 다시 극적으로 일어섰습니다. 중국 정부의 구제책 덕분입니다. 작년 말 국영 펀드를 비롯한 수십 명의 다른 투자자들이 자금 수혈에 나섰고, 즈더우는 지난달 무지개를 뜻하는 신차 브랜드 ‘차이홍’를 내놓음과 동시에 화려하게 부활하게 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즈더우는 수익성이 악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지원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수많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 중 한 곳에 불과합니다.

BYD 디스트로이어 07. [BYD 홈페이지 캡쳐]
다른 나라에 비해 중국 정부의 전기차 산업 지원은 유독 두드러집니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지난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최대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인 BYD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약 35억 달러의 정부 직접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전기차 업체들을 위한 저리 대출과 철강 및 배터리 원자재 가격 할인 등 정부의 지원책도 다양합니다.

또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2009년부터 2022년까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포함하는 신에너지차 부문 보조금으로 약 1730억 달러(239조 원)를 지출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이처럼 자국 전기차 기업에 자금을 투입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WSJ에 따르면 “중국이 전기차 산업을 미래의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 경제회복이 부진해지자 중앙정부에선 첨단 제조업으로 대표되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급선무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고용을 창출할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기조에 지방정부 역시 전기차 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으로 화답하고 있습니다.

중국 중부 정저우시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2월 정저우시는 ‘신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고 연간 70만 대의 신에너지 자동차 생산 능력을 갖춘 ‘신에너지 자동차의 도시’가 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한 달 후, 정저우의 한 국영 기업이 3000명에 가까운 직원과 공장을 보유한 ‘하이마’ 자동차의 현지 법인 자산을 인수했습니다. 향후 5년간 필요한 현금 약 2750만 달러를 확보한 하이마는 정저우시의 지원에 힘입어 러시아와 베트남과 같은 시장에서 수출을 늘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5일 중국 장쑤성 롄윈강 항에서 브라질 수출을 위해 선적 대기 중인 비야디(BYD) 전기차들. [로이터 연합뉴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정부의 전기차 육성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과잉공급 우려 때문입니다. 상하이에 근거지를 둔 자동차 전략회사 오토모빌리티 및 중국 승용차 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연간 약 400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판매량은 약 2200만 대에 불과합니다. 자국 수요가 공급을 받아내지 못한다는 뜻이죠.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이 이렇게 초과 공급된 전기차를 자국 시장에 덤핑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높은 관세가 부과하고 있지만, 그런데도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산 전기차 유입은 미국 전기차업체들에게 위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해 이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정부 지원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EU 역시 중국산 전기차 과잉 공급을 경계해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의 범람에, 서방은 향후 어떤 카드를 꺼내 들어 자국 산업을 지켜낼지 주목됩니다. 중국 관리들은 줄기차게 “자국 자동차산업 정책에 대한 비판은 불공평하며 중국 차는 해외 시장에 혁신적이고 높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주장을 과연 서방 정책 입안자들은 어느 정도 수용할지는 이미 답이 정해진 문제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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